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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일본에서 신이 된 백제 왕자는 누구인가, 『곤지의 시크릿 미션』(양형은, 산수야)

1,500년 동안 일본 신사에 모셔진 백제 왕자 부여곤지, 잊힌 고대사의 퍼즐을 풀며 한일 화합의 길을 모색하다

장세환2026년 8월 2일 오전 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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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지의 시크릿 미션.jpg

한국인에게는 낯설지만 일본에서는 1,500년 넘게 신으로 모셔져 온 백제 왕자가 있다. 바로 백제 개로왕의 동생이자 동성왕과 무령왕의 아버지로 알려진 부여곤지다. 『곤지의 시크릿 미션』은 오랫동안 역사 속에 가려져 있었던 곤지의 행적을 추적하며 5세기 한일 고대사의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역사 탐사기다.

저자 양형은은 오사카에서 생활하던 중 우연히 ‘가와치’라는 지명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부여곤지라는 인물을 발견했다. 이후 20여 년 동안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고분과 유적, 신사와 박물관을 답사하고 사료를 분석한 끝에 곤지의 흔적을 추적해 왔다. 이 책은 그 오랜 탐사의 결과물이자 한일 고대사를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기록이다.

곤지는 백제가 가장 큰 위기를 겪던 시기에 등장한다. 5세기 후반 백제는 고구려의 압박과 내부 권력 갈등이라는 이중의 위기에 직면해 있었다. 저자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곤지가 단순한 외교 사절이 아니라 백제의 운명을 바꾸기 위한 특별한 임무를 수행했다고 본다. 책 제목에 등장하는 ‘시크릿 미션’ 역시 여기서 비롯된다.

특히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곤지가 일본에 건너간 이후의 행적이다. 그는 왜국에 머물며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했고, 일본 왕권이 국가 체제를 정비하는 과정에도 깊이 관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저자는 곤지가 한일 고대사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으며, 백제와 왜를 이어주는 핵심 인물이었다는 점을 다양한 사료와 현장 답사를 통해 설명한다.

책의 백미는 일본 오사카부 하비키노시에 위치한 아스카베 신사 이야기다. 이 신사에서는 지금도 곤지를 제신으로 모시고 있다. 저자는 아스카베 신사를 직접 답사하며 곤지가 왜 신격화됐는지 추적한다. 1,50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한 백제 왕자를 기억하고 숭배해 온 일본 지역사회의 전통은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또한 저자는 곤지의 여정을 따라 한반도와 일본 열도를 잇는 고대 항로를 추적한다. 한성백제에서 출발해 김포와 영산강 유역, 고토 열도와 규슈, 오사카와 나라에 이르는 이동 경로를 복원하며 당시 동아시아 해상 네트워크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이 과정에서 무령왕 탄생과 관련된 기록, 곤지 후손들의 흔적, 일본 천황가와의 관계 등 다양한 역사적 논의도 함께 다룬다.

『곤지의 시크릿 미션』은 단순한 역사 복원에 머무르지 않는다. 저자는 곤지를 갈등보다 교류와 화합의 상징으로 바라본다. 실제로 그는 일본 시민들과 함께 '곤지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서울 송파구와 충남 공주시, 일본 하비키노시와 가라쓰시를 연결하는 국제 교류 활동에도 참여해 왔다. 곤지가 1,500년 전 백제와 일본을 연결했던 인물이라면, 오늘날에도 그 정신이 양국을 잇는 다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저자는 곤지를 냉전 시대 외교의 상징으로 불렸던 헨리 키신저에 비견하며, 복잡한 국제 정세 속에서 협력의 길을 만들었던 외교가로 해석한다. 이러한 시각은 곤지를 단순한 역사적 인물이 아니라 현재적 의미를 가진 존재로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30년 넘게 한일 교류 현장에서 활동한 일본 전문가이자 오사카상업대학 지역정책학 박사인 양형은은 이 책을 통해 잊힌 백제 왕자를 다시 역사 속으로 불러낸다. 『곤지의 시크릿 미션』은 고대사의 미스터리를 추적하는 흥미로운 탐사기이자, 한일 양국이 공유하는 역사를 바탕으로 미래의 화합 가능성을 모색하는 의미 있는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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