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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의 행간에서 인간을 읽다, 『곤충 인문학』 (이상헌, 초봄책방)
곤충 사진작가 이상헌이 인간과 곤충의 공존이 빚어낸 역사와 이야기를 접사 사진과 함께 풀어낸 청소년 교양서.

출판사 제공
발밑의 작은 벌레 한 마리에 인류의 역사가 겹쳐 있다면 어떨까. 초봄책방이 곤충 사진작가 이상헌의 『곤충 인문학』을 출간했다. 인간과 곤충이 태곳적부터 함께 살아오며 켜켜이 쌓아 온 이야기의 퇴적층을 파고드는 책으로, 과학과 역사를 하나의 이야기로 만나게 하는 청소년 교양서다.
저자는 곤충을 한껏 클로즈업해 순간을 포착하는 접사 사진가이면서, 그 행간에 담긴 이야기를 캐는 인문사회학자를 자처하는 인물이다. 그래서 이 책은 두 가지 기쁨을 동시에 준다. 인간과 곤충의 공존기에서 삶의 지혜를 건져 올리는 재미, 그리고 예술작품에 가까운 곤충 사진을 마음껏 감상하는 즐거움이다.
다섯 개 챕터의 목차만 훑어도 호기심이 발동한다. '보이저호를 타고 우주여행 중인 기생벌'은 지구의 가장 작은 생명이 인류의 가장 먼 탐사 기록에까지 동행하고 있다는 역설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나비 좇다 생을 다한 대문호의 블루스'는 문학사의 거장에게도 곤충이 평생의 열정이었음을 전하며, 곤충에 대한 몰두가 괴짜의 취미가 아니라 인간의 지적 갈망과 맞닿아 있음을 일깨운다. '지금까지 가장 많은 사람을 죽인 전염병 매개체'에 이르면 이야기는 서늘해진다. 곤충과의 공존이 낭만만이 아니라 인류의 생존이 걸린 문제이기도 했다는 사실이다.
물론 청소년 독자의 웃음을 겨냥한 장도 있다. '똥짐 지고 똥총 쏘며 똥 본뜬 기똥찬 똥벌레의 똥 집착기' 같은 제목은 소리 내어 읽는 것만으로 유쾌하지만, 그 안에는 하찮아 보이는 벌레들의 신묘한 생존 전략이 담겨 있다. 겨울에는 벌레, 여름에는 약초로 둔갑한다는 야차굼바, 벼룩 26만 마리가 담긴 자연주의자의 책 같은 기기묘묘한 일화들이 그 뒤를 잇는다.
저자는 IT 혁명 때부터 지금까지 홈페이지와 《오마이뉴스》를 통해 사진과 글을 정보로 빚어 왔고, 『로봇 아닙니다 곤충입니다』 등을 펴낸 바 있다. 숫자와 이미지 너머 사람의 마음자리를 들여다본다는 그의 말처럼, 이 책의 진짜 주인공은 곤충이 아니라 곤충을 통해 비춰 보는 인간이다. 시험 과목으로서의 과학이 아니라 이야기로서의 과학을 만나고 싶은 십 대에게, 그리고 아이와 함께 책장을 넘길 어른에게도 권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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