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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의 길을 따라 뤼순커우에 역사를 묻다, 『뤼순커우에 역사를 묻다』 출간(김월배, 헤르몬하우스)
김월배가 중국 뤼순커우에서 6년간 머물며 안중근과 한국 독립운동의 기억을 복원한 기록을 전한다.

출판사 제공
역사는 책상 위의 기록만으로 남지 않는다. 어떤 역사는 현장에 오래 머물며 길과 건물, 감옥과 묘역, 사람들의 기억을 다시 묻는 과정에서 복원된다. 김월배의 『뤼순커우에 역사를 묻다』는 중국 생활 20여 년, 뤼순커우 실거주 6년의 시간이 모인 기록이다. 저자는 역사적 정의와 기억의 복원을 위해 안중근의, 안중근에 의한, 안중근을 위한 시간을 살아왔다.
책은 뤼순커우라는 공간을 중국 근대사와 한국 독립운동사가 겹치는 장소로 읽는다. 1부 ‘뤼순커우 역사를 걷다’는 바이위산 정상, 뤼순성, 해상 방위 요충지로서의 뤼순커우를 살핀다. 2부 ‘뤼순커우에서 한국사를 보다’는 발해 홍려정비 터, 고려 충신 정몽주, 임경업 장군, 조선 전보선, 흥선대원군 이하응, 알렌 공사까지 뤼순커우를 경유한 한국사의 흔적을 따라간다.
3부 ‘전쟁사 뤼순커우, 노천 박물관’은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의 현장을 통해 동아시아의 운명이 충돌한 장소를 보여준다. 뤼순박물관, 뤼순일아감옥구지박물관, 관동법원구지진열관은 단순한 유적이 아니라 일제 침략과 식민 지배의 구조를 증언하는 공간이다. ‘새로운 발견, 안병찬 숙소와 안중근 유묵’은 현장 연구가 어떻게 잊힌 단서를 되살리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책의 중심은 5부 ‘뤼순감옥, 한국 독립운동 성지’에 놓인다. 관동도독부 감옥서에서의 안중근 행적, 안중근 매장지 정리, 신채호, 뤼순감옥에서 순국한 독립운동가들, 18년간 투옥된 박희광과 유족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뤼순감옥은 비극의 장소이면서도 한국 독립운동의 성지로 다시 읽힌다. 평화의 도시 뤼순커우를 다루는 장에서는 안중근 유해 발굴이 동양 평화의 실천이라는 문제의식으로 확장된다.
김월배는 안중근 연구자로 2026년 안중근동양평화상을 받았다. 그는 삶의 선택 앞에서 “안중근 의사라면 지금 이 순간 어떤 판단과 결정을 내리셨을까”를 묻는다고 밝힌다. 『뤼순커우에 역사를 묻다』는 한 도시의 기행문을 넘어, 기억을 잃지 않으려는 사람의 역사적 실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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