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상세
카메라가 미처 담지 못한 세계의 얼굴들, 『휴대폰과 독화살』 출간(장준호, 시월)
24년 차 PD 장준호가 유튜브 채널 〈역마살로드〉를 통해 만난 세계의 삶과 문화를 여행 에세이로 기록했다.

출판사 제공
여행은 낯선 풍경을 보는 일이지만, 기록은 그 풍경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이유를 묻는 일이다. 장준호의 『휴대폰과 독화살』은 24년 차 PD가 유튜브 채널 〈역마살로드〉를 통해 세계 곳곳에서 마주한 사람과 문화와 풍경을 담은 여행 에세이다. 방송국이라는 안정된 울타리를 벗어나 자기 이름으로 세계를 기록하기로 결심한 뒤의 여정이 책으로 묶였다.
이 책은 낯선 풍습을 구경거리로 소비하는 여행기가 아니다. 저자는 그들의 삶을 함부로 연민하거나 미화하지 않는다. 대신 함께 먹고, 함께 자고, 함께 걸으며 그들이 왜 그렇게 살아가는지 묻는다. 무엇을 지키려 하고, 무엇을 잃어가고 있는지 살피는 태도가 책의 중심이다. 영상에 담기지 못한 현장의 공기, 편집 과정에서 밀려난 맥락, 촬영이 끝난 뒤 다가온 감정들이 글 속에서 다시 살아난다.
목차는 현장의 폭을 보여준다. ‘600시간의 사투’에서는 아마존 오지 부족을 찾아가는 험난한 여정과 나포 강의 풍경, 부족과 함께 지낸 10일이 펼쳐진다. ‘지구 최후의 수렵채집인’은 탄자니아 하드자 부족의 사냥법과 여성들, 쫓겨난 땅에 남은 삶을 기록한다. ‘죽음이 삶에 머무는 곳’은 인도네시아 토라자 부족의 장례 문화를 통해 죽음을 삶 바깥으로 밀어내지 않는 세계를 보여준다.
이어 책은 에콰도르 침보라소의 얼음 장수, 이스라엘 예루살렘, 캄보디아 톤레삽 호수의 수상가옥, 후쿠시마 후타바 마을까지 이동한다. 각각의 장소는 이국적 배경으로 소비되지 않는다. 사라지는 노동, 종교와 정치가 겹친 생활세계, 호수 위의 집과 재난 이후의 마을은 문명과 전통, 기억과 변화가 교차하는 자리로 제시된다.
장준호는 24년간 〈한국기행〉, 〈세계테마기행〉, 〈이웃집 찰스〉 등을 연출했고, 100여 개국을 다니며 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기록해왔다. 그는 방송의 시간과 형식 안에서 현장의 이야기를 온전히 담기 어렵다는 한계를 느껴 〈역마살로드〉를 만들었다. 『휴대폰과 독화살』은 영상의 보충물이 아니라, 카메라가 놓친 표정과 맥락을 다시 불러오는 기록이다.
관련 기사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