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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단어를 쓰면서도 왜 우리는 계속 어긋나는가, 『지적인 삶을 위한 열 가지 철학』 출간(오카모토 유이치로, 이든서재)

오카모토 유이치로가 정의·기술·권력·자유·노동 등 열 가지 철학 키워드를 통해 모호한 세계를 읽는 사고의 도구를 제시한다.

최준혁2026년 7월 9일 오후 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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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같은 말을 쓰고 있는데도 대화는 자주 평행선을 달린다. 회의실에서, 온라인 토론장에서, 가까운 사람과의 대화에서조차 서로가 무엇을 두고 싸우는지 모호해지는 순간이 있다. 『지적인 삶을 위한 열 가지 철학』은 바로 그 불통의 원인을 ‘단어’에서 찾는 책이다. 일본의 대중 철학자 오카모토 유이치로는 우리가 같은 단어를 말하면서도 머릿속으로는 서로 다른 세계를 그리고 있다고 진단한다.

책이 다루는 키워드는 정의, 기술, 권력, 폭력, 자유, 노동, 소외, 국가, 종교, 전쟁이다. 모두 일상과 뉴스, 정치적 논쟁에서 자주 쓰이는 말이지만, 그 의미는 결코 하나로 고정되지 않는다. 정의는 공정함일 수도 있고 권리일 수도 있으며, 공동체의 선을 뜻하기도 한다. 자유 역시 간섭받지 않는 상태를 말할 때도 있고, 스스로를 통제하며 책임 있게 선택하는 능력을 뜻할 때도 있다. 이 책은 철학이 정답을 알려주는 학문이 아니라, 우리가 같은 말로 무엇을 다르게 부르고 있는지 되묻는 훈련임을 보여준다.

첫 번째 주제인 ‘정의’는 이 책의 문제의식을 잘 드러낸다. 롤스의 정의론은 ‘무지의 베일’이라는 사고실험을 통해 공정한 사회 원리를 묻는다. 본문은 롤스의 논의를 두고 “불평등이 존재하더라도 그것이 가장 취약한 사람에게 이익이 된다면 정당화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반면 노직의 자유지상주의는 정당하게 얻은 소유권을 국가가 재분배하는 일을 부당한 개입으로 본다. 같은 ‘정의’라는 말 아래 공정과 권리가 충돌하는 것이다.

‘기술’ 장은 이 책이 과거 철학을 박제된 지식으로 다루지 않음을 보여준다. 베이컨은 인간의 지식이 자연을 이해하고 지배하는 힘이 된다고 보았고, 하이데거는 기술을 자연을 비자연화하는 행위로 읽었다. 본문은 “기술과 예술은 오랫동안 동일한 것으로 여겨졌다”고 짚으며, 무언가를 창조해 내는 행위가 인간의 근원적 활동이라고 설명한다. AI와 자동화가 노동의 의미를 바꾸는 시대에 기술은 더 이상 도구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관과 사회관을 흔드는 철학적 주제가 된다.

권력에 관한 논의도 현재적이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흄의 사회계약론 비판, 베버의 권력 개념을 거쳐 책은 푸코와 디지털 사회의 감시 구조로 나아간다. 보도자료가 강조하듯 오늘의 권력은 눈에 보이는 억압만이 아니라 학교, 병원, 회사, 플랫폼처럼 익숙한 구조 속에서 작동한다. 파놉티콘과 시놉티콘이 디지털 네트워크 사회에서 새 양상으로 진화한다는 설명은, 모두가 감시하고 동시에 감시당하는 시대의 권력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오카모토 유이치로는 규슈대학교 대학원에서 철학과 윤리학을 전공했고, 다마가와대학 명예교수로 서양 근현대 철학과 테크놀로지의 경계를 연구해 왔다. 『지적인 삶을 위한 열 가지 철학』은 철학을 설명하는 책이라기보다 세상을 해석하는 도구를 건네는 책이다. 단어가 바뀌면 세계가 바뀐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독자는 정의와 자유, 권력과 노동이라는 익숙한 단어를 예전처럼 쉽게 지나치지 못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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