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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토지』의 문장을 하루 한 장씩 손으로 만나다, 『토지 필사 노트』 출간(박경리, 다산초당)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전권에서 엄선한 147개의 문장을 일곱 주제로 엮어 필사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출판사 제공
언젠가 꼭 읽어야 할 책으로 꼽히지만, 선뜻 첫 장을 넘기기 어려운 작품이 있다.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가 그렇다. 『토지 필사 노트』는 총 20권에 이르는 이 거대한 산맥의 문장과 정신을 한 권으로 만나는 필사 노트다. 『어른의 어휘력』과 『하루 한 장 나의 어휘력을 위한 필사 노트』로 필사 열풍을 이끈 유선경 작가가 엮고 썼으며, 『토지』 전권에서 147개의 문장을 엄선해 독자가 매일 한 장씩 따라 쓸 수 있도록 구성했다.
책은 『토지』를 요약하거나 축소하는 방식이 아니라, 문장의 정수를 통해 작품의 세계로 들어가는 길을 마련한다. 주제는 ‘토지’, ‘인간’, ‘감정’, ‘삶의 방식’, ‘심리’, ‘이치와 통찰’ 등 7개로 나뉜다. 첫 장 ‘토지란 무엇인가’에는 “이것은 내 땅이다!”, “자기 태생대로 사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일이오” 같은 문장이 놓인다. 『토지』에서 땅은 단순한 소유물이 아니라 생명과 공동체, 역사와 정체성의 바탕이다.
‘한국인의 한과 정’은 『토지』의 정서적 핵심을 붙잡는다. “산다는 거는…… 참 숨이 막히제?”, “정이란 생명이 움직이는 근본이오” 같은 문장은 인물들의 고통과 관계, 삶의 끈질김을 압축한다. 한은 개인의 슬픔에 머물지 않고 역사와 공동체의 상처로 확장되고, 정은 그 상처 속에서도 사람을 사람답게 붙드는 힘이 된다. 필사는 이 문장들을 눈으로 읽는 데서 그치지 않고 몸의 리듬으로 받아들이게 한다.
또 다른 장 ‘우리, 어떻게 살 것인가’에는 “너는 너 자신을 살아야 하는 게야”, “세월은 만들어놓고 가는 거요” 같은 문장이 실렸다. 이 문장들은 『토지』가 단순한 역사소설이 아니라 삶의 방식에 대한 질문을 품은 작품임을 보여준다. ‘꿰뚫어 본 인간의 심리’와 ‘세상의 이치가 어떠한가’에서는 인간의 욕망과 약함, 시대의 폭력과 희망이 박경리의 언어로 드러난다.
박경리는 1955년 단편 「계산」으로 등단한 뒤 『김약국의 딸들』, 『시장과 전장』 등을 발표했고, 1969년부터 26년에 걸쳐 『토지』를 완성했다. 『토지 필사 노트』는 방대한 원작을 아직 완독하지 못한 독자에게는 입구가 되고, 이미 읽은 독자에게는 문장을 다시 새기는 시간이 된다. 필사는 문장을 가장 깊이 읽는 방법이다. 박경리의 문장을 손으로 옮기는 동안, 독자는 한국문학의 말맛과 삶의 통찰을 천천히 자기 안으로 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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