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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는 일터에서 먼저 흔들린다, 『노동하는 주권자』 출간(악셀 호네트, 사월의책)
악셀 호네트가 노동 현실과 민주주의 위기를 연결하며 일터가 시민의 정치적 역량을 형성하는 핵심 장소임을 논증한다.

출판사 제공
민주주의는 투표소에서만 시작되지 않는다. 이른 아침 병원과 물류창고, 학교와 건설 현장, 사무실로 향하는 사람들의 하루 속에서 이미 민주주의는 작동하거나 흔들린다. 『노동하는 주권자』는 현대 비판이론을 대표하는 사회철학자 악셀 호네트가 노동과 민주주의의 관계를 다시 묻는 책이다. 그는 삶의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일터에서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는 사람이 과연 자신을 주권자라고 느낄 수 있는지 질문한다.
이 책의 문제의식은 분명하다. 민주주의 사회는 추상적 개인이 아니라 노동하는 시민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정치적 양극화, 공론장 붕괴, 권위주의 부상을 말하는 논의 속에서 정작 노동 현실은 자주 빠져 있었다. 호네트는 안정적 고용의 쇠퇴, 불안정 노동의 확산, 돌봄 노동의 저평가를 민주주의 위기와 함께 살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동 조건은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 시민의 자기 감각과 정치적 역량을 형성하는 토대다.
목차의 1부 ‘민주주의 사회에서의 노동’은 규범적 출발점을 다진다. 민주주의가 공정한 노동 분업을 요구한다는 관점은 일터의 불평등을 정치의 바깥으로 밀어낼 수 없게 만든다. 2부 ‘사회적 노동의 현실’은 19세기부터 현재까지 노동 세계의 변화를 살핀다. 산업화 이후 노동은 사회를 움직이는 핵심이 되었지만, 동시에 많은 시민을 무력한 위치에 묶어두기도 했다. 3부 ‘사회적 노동을 둘러싼 투쟁’은 노동시장 안팎에서 가능한 대안을 검토한다.
호네트가 강조하는 것은 협력의 능력이다. 타인과 함께 일하고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는 습관은 일터에서 형성된다. 민주주의가 토론과 참여, 상호인정을 필요로 한다면, 그 능력은 일상의 노동 경험과 분리될 수 없다. 불안정한 일자리와 파편화된 노동은 시민을 고립시키고, 공동의 문제를 함께 다루는 힘을 약화시킨다.
악셀 호네트는 프랑크푸르트 사회연구소장을 지내며 비판이론의 발전적 계승을 이끌어온 철학자다. 『인정투쟁』, 『자유의 권리』 등을 통해 인정과 자유, 사회적 정의의 문제를 탐구해 온 그는 이번 책에서 민주주의의 미래가 노동의 미래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인공지능과 자동화의 시대에도 일터는 사라진 배경이 아니라 민주적 시민을 길러내는 핵심 장소다. 이 책은 노동을 다시 정치의 중심으로 불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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