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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대중문화는 왜 유령처럼 되돌아오는가, 『웅얼대는 시체를』 출간(그래프턴 태너, 워크룸프레스)

그래프턴 태너의 문화이론서가 베이퍼웨이브와 유령의 상품화를 통해 인터넷 시대 대중문화 산업의 시체성을 비평한다.

장세환2026년 6월 30일 오후 5:23
9
웅얼대는 시체를
📖 도서 정보

웅얼대는 시체를

저자
그래프턴 태너, Grafton Tanner
출판사
워크룸프레스
발행일
2026-06-23
ISBN
9791194232438
정가
17,100원
도서 상세 보기

인터넷 대중문화는 왜 유령처럼 되돌아오는가, 『웅얼대는 시체를』 출간(그래프턴 태너, 워크룸프레스)출판사 제공

인터넷의 심해에는 이미 죽은 것처럼 보이지만 계속 떠도는 문화의 잔해들이 있다. 그래프턴 태너의 『웅얼대는 시체를』은 그 잔해를 ‘시체’라는 이미지로 붙잡아 인터넷 시대 대중문화 산업을 비평하는 문화이론서다. 워크룸프레스의 새로운 이론 총서 ‘사용 중’ 2권으로 소개된 이 책은 베이퍼웨이브와 유령의 상품화를 통해 인간성도 역사도 없는 문화의 반복을 들여다본다.

이 책의 한국어판 맥락에는 나원영의 문제의식이 놓여 있다. 2022년 『대체 현실 유령』에서 2010년대 온라인 호러의 양상을 연구했던 대중음악 비평가 나원영은 총서 ‘사용 중’의 두 번째 참여자로 그래프턴 태너의 2016년 저서 『Babbling Corpse: Vaporwave and the Commodification of Ghosts』를 선택한다. 이미 국내에 『포에버리즘』으로 알려진 태너의 작업은 과거를 끝없이 재활용하는 현대 문화의 병리와 맞닿아 있다.

베이퍼웨이브는 단순한 음악 장르나 인터넷 밈으로만 볼 수 없다. 느려진 샘플, 낡은 상업 이미지, 1980~1990년대 소비문화의 파편, 디지털 공간의 몽환적 감각이 뒤섞인 이 장르는 과거의 잔해를 현재로 불러온다. 그러나 그 과거는 순수한 향수가 아니다. 상품화된 기억, 자본주의적 이미지, 사라진 미래의 감각이 유령처럼 되돌아온다. 태너가 말하는 ‘웅얼대는 시체’는 바로 그 반복과 상품화의 상태를 가리킨다.

책은 대중문화가 살아 있는 창조적 에너지로만 작동하지 않는다고 본다. 인터넷 시대의 문화 산업은 과거의 기호를 끝없이 호출하고, 그 유령들을 다시 상품으로 만든다. 우리가 소비하는 것은 새로움일까, 아니면 이미 죽은 문화의 재생산일까. 이 질문은 베이퍼웨이브를 넘어 오늘의 플랫폼 문화, 레트로 열풍, 알고리즘이 반복해서 밀어 올리는 이미지에도 적용된다.

『웅얼대는 시체를』은 난해한 문화이론의 제목처럼 보이지만, 사실 지금의 대중문화 감각을 이해하기 위한 책이다. 과거는 사라지지 않고, 디지털 공간에서 다시 편집되고 반복된다. 문제는 그 반복이 우리에게 어떤 감각을 남기는가이다. 이 책은 유령처럼 되돌아오는 문화의 형식을 통해 인터넷 시대의 향수와 상품화, 역사 상실의 문제를 정면으로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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