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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 표현 뒤에 숨은 불안의 구조, 『무해한 혐오주의자』 출간(함규진, 온더페이지)

함규진 교수가 한국 사회의 혐오 표현 12가지를 분석하며 말 뒤에 숨은 세대·젠더·돌봄의 균열을 읽는다.

장세환2026년 6월 22일 오후 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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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 혐오주의자
📖 도서 정보

무해한 혐오주의자

저자
함규진
출판사
온더페이지
발행일
2026-07-01
ISBN
9791124637050
정가
16,92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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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 표현 뒤에 숨은 불안의 구조, 『무해한 혐오주의자』 출간(함규진, 온더페이지)출판사 제공

혐오는 혐오하면 그만일까. 함규진 저자의 『무해한 혐오주의자』는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빈번하게 쓰이는 혐오 표현 12가지를 분석하며 이 질문에 답한다. 온더페이지가 펴낸 이 책은 서울교육대학교 윤리학과 교수인 저자가 인터넷 댓글창과 일상 언어, 선거를 가르는 세대·젠더 갈등 속에서 멸칭 이면의 불안과 공포, 절망을 들여다본 사회비평서다.

책이 다루는 표현은 익숙하면서도 불편하다. ‘영포티’, ‘틀딱’, ‘문신충’, ‘캣맘’, ‘비건충’, ‘맘충’, ‘꼴페미’, ‘똥꼬충’, ‘급식충’, ‘수시충·지균충·기균충’, ‘애자’, ‘원종단·화짱조’까지 이어진다. 저자는 이 말들을 단순히 나쁜 말로 분류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왜 그런 말이 힘을 얻었는지, 그 말이 누구의 불안과 어떤 사회적 균열을 반영하는지 분석한다.

1장 ‘영포티’는 젊어 보이고 싶어 하는 중년 남성에 대한 조롱 뒤에 놓인 불신과 불안을 다룬다. 세대 간 갈등은 단순한 취향 차이가 아니라, 사회적 자원과 권력, 인정의 문제와 연결된다. 2장 ‘틀딱’은 노인 혐오를 다루지만, 저자는 이것이 단지 노인을 향한 공격만은 아니라고 본다. 노인은 누구나 맞이할 ‘나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노인 혐오에는 늙음에 대한 공포와 사회적 부담에 대한 불안이 함께 들어 있다.

‘캣맘’과 ‘맘충’은 돌봄의 문제를 드러낸다. 길고양이를 돌보는 사람을 향한 적대는 지역사회가 어떤 방식으로 함께 살아야 하는지를 묻고, 엄마를 향한 멸칭은 돌봄과 배려 자체를 평가절하하는 사회의 민낯을 비춘다. ‘비건충’은 먹는 자유와 윤리적 실천 사이의 긴장을 보여준다. 이 책은 혐오 표현이 한 개인의 악의만으로 생기지 않고, 사회가 풀지 못한 문제의 언어로 번진다는 점을 짚는다.

저자는 혐오를 비판하되, 혐오하는 사람을 다시 혐오하는 방식으로는 문제에 닿을 수 없다고 말한다. 혐오 표현을 분석한다는 것은 그 말을 정당화하는 일이 아니라, 말 뒤에 숨은 구조를 읽는 일이다. 그래야만 혐오의 순환을 끊고 공존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함규진 교수는 여러 매체를 통해 갈등의 한복판에서 소통의 다리를 놓아왔다. 『무해한 혐오주의자』는 댓글창에서 스쳐 지나가던 말들을 멈춰 세우고, 그 안에 든 한국 사회의 균열을 읽게 만든다. 혐오는 무해하지 않다. 다만 자신이 무해하다고 믿는 혐오를 알아차리는 순간, 대화는 다시 시작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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