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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기 직전의 계절을 붙드는 문장, 『계절의 수첩』 출간(고다 아야, 책사람집)

고다 아야가 무심히 지나치는 계절의 기척과 생활의 감각을 섬세한 문장으로 붙잡은 에세이다.

장세환2026년 6월 22일 오후 5:55
5
계절의 수첩
📖 도서 정보

계절의 수첩

저자
, 幸田 文
출판사
책사람집
발행일
2026-06-22
ISBN
9791194140153
정가
16,02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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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기 직전의 계절을 붙드는 문장, 『계절의 수첩』 출간(고다 아야, 책사람집)출판사 제공

손안에 덜어낸 화장수의 서늘함, 저녁 무렵 흐려지는 꽃그림자, 이름을 붙이기도 전에 사라지는 연약한 기척들이 있다. 고다 아야의 『계절의 수첩』은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삶 안으로 들여오는 에세이다. 책사람집이 펴낸 이 책은 계절을 좇아 천천히 책장을 넘기며, 독자가 자신만의 기억과 감각을 다시 떠올리게 만든다.

이 책의 문장은 큰 사건을 앞세우지 않는다. 어린 시절의 여름 냄새, 문득 그리워지는 한 사람,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어느 날의 풍경처럼 사라지기 직전의 순간을 조용히 붙든다. 고다 아야는 본래 모습을 끝까지 바라보는 작가다. 그의 문장은 독자로 하여금 세상을 더욱 선명하게 보게 한다. 계절은 배경이 아니라 삶의 감각을 깨우는 시간의 결이 된다.

『계절의 수첩』이 생활의 고전으로 읽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책은 계절을 지식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아주 작은 변화와 미묘한 기분을 포착한다. 저녁빛이 바뀌고, 바람의 온도가 달라지고, 손끝에 닿는 물건의 감각이 하루를 다르게 만든다. 삶을 감각하는 힘은 거창한 깨달음보다 이런 순간을 알아차리는 데서 시작된다.

저자의 삶 역시 이 섬세한 감각의 배경이 된다. 고다 아야는 다섯 살 때 어머니를 여의고, 이후 언니와 남동생도 떠나보내는 슬픔을 겪었다. 결혼과 이혼을 거쳐 딸과 함께 아버지 고다 로한의 집으로 돌아왔고, 아버지의 삶과 문학을 기록하며 문필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상실과 생활, 가족과 문학의 시간이 그의 문장 안에 조용히 스며 있다.

고다 아야는 1954년 단편집 『검은 옷자락』으로 요미우리 문학상을 받았고, 소설 『흐르다』로 신초샤 문학상과 일본예술원상을 받았다. 국내에는 『나무』로 잘 알려져 있다. 『계절의 수첩』은 고다 아야가 세상을 떠난 뒤, 딸이자 작가인 아오키 다마가 흩어진 작품들을 찾아 모아 펴낸 책이다.

『계절의 수첩』은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을 붙잡으려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지나가는 것을 지나가는 그대로 바라보되, 그 순간의 빛과 냄새와 감촉을 마음에 새겨 두는 법을 알려준다. 계절을 읽는 일은 결국 자기 삶을 다시 감각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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