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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의 설명서를 내려놓고 나를 읽는 시간, 『설명서 없이 살아보기로 했다』 출간(이명숙, 솔과학)
이명숙 작가가 『어린 왕자』의 문장들과 함께 담양에서 런던, 파리와 내면의 사막으로 이어지는 사유의 여정을 펼친다.

출판사 제공
세상이 정해 준 설명서대로 살아왔는데도 어느 날 문득 자기 얼굴이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이명숙 작가의 『설명서 없이 살아보기로 했다』는 바로 그 순간에 『어린 왕자』의 문장을 다시 펼쳐 드는 에세이다. 솔과학이 펴낸 이 책은 담양 지실마을의 고요한 카페에서 런던의 서점, 파리의 골목길을 거쳐 내면의 사막에 이르기까지, 한 사람이 자신에게 돌아가는 다정한 여정을 담고 있다.
책의 출발점은 전남 담양 지실마을의 작은 카페 ‘B612’다. 저자는 그곳에서 우연히 오래된 친구 같은 『어린 왕자』를 다시 만났고, 마음 깊은 곳에 잠들어 있던 소년이 말을 걸어왔다고 말한다. 익숙했던 고전의 문장들은 인생의 오후에 접어든 뒤 전혀 다른 깊이로 다가왔다. 이제 중요한 것은 정답을 받아 적는 일이 아니라, 나에게 다정한 질문을 건네는 일이다.
이 책이 말하는 ‘설명서 없이 산다’는 것은 무계획이나 방황을 뜻하지 않는다. 남들이 닦아 놓은 정답의 길에서 잠시 벗어나 자기 속도를 회복하는 일에 가깝다. 저자는 새로운 목적지를 향해 더 빨리 달리기보다, 나를 들여다볼 수 있는 작은 우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속도가 아니라 한 문장 앞에 머무는 시간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는 책 전체의 리듬을 이룬다.
여정은 장소를 따라 움직이지만, 실제 목적지는 내면이다. 담양의 카페, 런던의 서점, 파리의 골목길은 모두 자신을 다시 읽기 위한 배경이 된다. 독자는 저자의 여행을 따라가며 『어린 왕자』의 문장과 자신의 고백이 만나는 순간을 경험한다. 읽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 책이라는 소개처럼, 이 에세이는 독자에게도 자기 삶을 묻는 시간을 건넨다.
이명숙 작가는 1999년 「문예사조」 중편소설 「유리벽」으로 등단했고, 『내 인생 쨍하고 해 뜰 날』, 『세 번째 스무 살 제대로 미쳐라』, 『60년생이 온다』 등을 펴냈다. 글을 쓰고, 해금을 켜고, 낯선 길을 여행하며 자신만의 박자로 걷는 삶을 이어가고 있다. 『설명서 없이 살아보기로 했다』는 정답 없는 삶을 불안이 아니라 자유로 받아들이는 연습이다.
인생의 오후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지시문이 아닐지 모른다. 오래된 문장 앞에 잠시 멈추고, 잊고 있던 나의 얼굴을 바라보는 시간. 이 책은 그 조용한 시간을 독자 앞에 놓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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