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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는 시대가 길러낸 또 하나의 괴물이다”, 『빅토리안 사이코』 출간(버지니아 페이토, 현대문학)

고딕 블랙코미디와 심리 스릴러가 만난 잔혹한 크리스마스 복수극

장세환2026년 6월 19일 오후 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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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는 보통 사랑과 축복의 계절로 기억된다. 그러나 어떤 저택에서는 축제의 불빛 대신 광기와 피비린내가 번져간다. 『빅토리안 사이코』는 빅토리아 시대의 우아한 외피 아래 숨겨진 폭력과 위선을 날카롭게 해부하는 문제적 소설이다.

현대문학에서 출간한 『빅토리안 사이코』는 스페인 출신 작가 버지니아 페이토의 장편소설로, 고딕 호러와 블랙코미디, 심리 스릴러를 결합한 작품이다. 동명의 영화가 2026년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상영작으로 선정되며 출간 전부터 세계적인 관심을 모았다.

이야기는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 날, 새 가정교사 위니프레드 노티가 음산한 엔저 저택에 도착하면서 시작된다. 그녀에게 주어진 역할은 단순하다. 아이들을 가르치고, 예의를 지키며, 고용주에게 충실한 빅토리아 시대의 모범적인 가정교사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독자는 첫 장부터 “세 달 안에 이 집 안 사람들은 모두 죽을 것이다”라는 불길한 문장과 마주한다. 소설은 그 예고된 파멸을 향해 서서히 질주한다.

위니프레드 노티는 전형적인 악당이 아니다. 그녀는 두려움을 모르는 인물이며, 자신의 내면에 자리한 폭력성과 광기를 숨기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기괴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저택의 어둠을 배회하며, 세상을 향한 적대감을 키워간다.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질수록 그녀의 억눌린 충동은 통제 불가능한 폭주로 변해 간다.

작품의 흥미로운 지점은 독자가 이 위험한 인물에게 묘한 매력을 느끼게 된다는 점이다. 위니프레드의 독백은 냉소적이고 잔혹하지만 동시에 유머러스하다. 독자는 그녀의 행동에 충격을 받으면서도 어느새 시선을 거둘 수 없게 된다. 공포와 웃음, 혐오와 매혹이 동시에 작동하는 독특한 독서 경험이 펼쳐진다.

작가는 단순한 살인극을 넘어 빅토리아 시대 사회의 위선을 겨냥한다. 귀족 사회의 허영, 계급 차별, 여성에 대한 억압, 약자에 대한 혐오가 배경처럼 깔려 있으며, 위니프레드는 그런 시대가 만들어낸 괴물로 읽힌다. 악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사회가 길러낸 결과일 수 있다는 질문이 작품 전반을 관통한다.

버지니아 페이토는 첫 작품 『미세스 마치』를 통해 독창적인 심리 서사로 주목받았으며, 이번 작품에서는 더욱 과감한 상상력과 블랙 유머를 선보인다. 평단은 대프니 듀 모리에의 고딕적 긴장감, 셜리 잭슨의 불안,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서늘함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라고 평가한다.

『빅토리안 사이코』는 단순히 무서운 소설이 아니다. 인간 내면의 어둠과 사회적 위선을 가장 우아하고도 기괴한 방식으로 펼쳐 보이는 작품이다. 크리스마스 장식이 걸린 저택에서 시작된 이 악몽 같은 이야기는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뒤에도 오랫동안 독자의 마음속을 배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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