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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풍경이 단편으로 돌아오는 시간, 『여름엔 늘 좋은 일이 생긴다』 출간(이윤희, 고트)
이윤희 작가가 재개발된 골목과 공터, 일기장 같은 기억을 다양한 그림체와 단편으로 복원한다.

출판사 제공
공터가 있어야 할 자리에 건물이 들어서고, 재개발로 골목이 사라진 뒤에도 어떤 장면은 마음속에서 계속 자란다. 이윤희 작가의 『여름엔 늘 좋은 일이 생긴다』는 그런 사라진 풍경을 단편의 형식으로 복원하는 그래픽노블이다. 고트가 펴낸 이 책은 잘 정리된 하나의 페르소나보다, 들쭉날쭉하고 불가해한 친구 같은 단편들을 통해 기억과 향수, 도시의 변화를 그린다.
책의 소개글은 편집자를 목수에 비유하며 시작한다. 나무를 사랑하지만 결국 나무를 베어야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에서, 베어낸 나무가 아니라 살아 있는 나무 곁에 돋은 버섯들을 독자에게 대접하는 단편집의 시리즈가 시작되었다는 설명이다. 이 비유는 책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거대한 줄기를 자르기보다, 곁에서 돋아난 작은 이야기들을 조심스럽게 따서 건네는 태도다.
이 책은 한 사람의 일관된 얼굴로 요약되지 않는다. 친구가 미웠다가 존경스럽고, 또 다른 나처럼 느껴지다가도 끝내 이해할 수 없는 존재가 되듯, 작품들 역시 그림체와 분위기, 이야기의 결이 다양하다. 같은 사람이 그렸는지 의심스러울 만큼 달라지는 방식은 약점이 아니라 이 단편집의 핵심이다. 잘 정리된 자기소개보다 더 실제적인 삶의 여러 얼굴이 여기에 있다.
목차에는 ‘제 나이의 맞는 여행’, ‘병원에만 가면 병이 낫는 병’, ‘지난 초여름 전주에 다녀왔습니다’, ‘버리기의 우선순위’, ‘고양이들’, ‘여름엔 늘 좋은 일이 생긴다’, ‘나의 도시’, ‘밤 산책’, ‘온실’ 등이 담겼다. 이 제목들은 거대한 사건보다 일상과 감각의 순간을 붙잡는다. 여행과 병원, 고양이와 산책, 도시와 온실은 사소한 소재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지나간 시간과 사라진 장소에 대한 희미한 그리움이 스며 있다.
저자 소개에서 이윤희 작가는 10대와 20대에 일기를 많이 썼다고 말한다. 겪은 일과 한탄, 꾼 꿈들을 기록했지만 돌이켜보면 언젠가 다 이야기가 될 거라는 바람으로 써내려갔던 것 같다고 했다. 이번 단편집을 엮으며 오랜만에 그 일기장들을 꺼내 읽는 기분이 들었다는 고백은, 이 책이 개인의 오래된 기록과 낯선 현재 사이에서 만들어졌음을 보여준다.
“이야기를 좋아하면 가난해진다”는 옛말을 좋아한다는 작가의 말도 인상적이다. 가난해지고 싶다는 뜻이 아니라, 이야기를 좋아하면 다른 것이 크게 필요 없을 만큼 삶이 풍요로워질 수 있다는 의미가 마음에 든다는 것이다. 『여름엔 늘 좋은 일이 생긴다』는 가본 적 없는 곳과 경험한 적 없는 이야기에서도 이상하게 그리움이 밀려올 수 있음을 보여주는 책이다. 사라진 풍경은 단편 속에서 다시 걸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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