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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까지 맡기는 시대의 경고, 『사고외주』 출간(홍진기, 어크로스)
홍진기 교수가 AI 시대에 생각의 주도권과 판단의 책임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 묻는다.

출판사 제공
보고서는 매끄러워졌지만, 그 안에서 학생의 얼굴은 희미해졌다. 홍진기 교수의 『사고외주』는 연세대 화공생명공학과 강의실에서 마주한 이 낯선 감각에서 출발한다. 어크로스가 펴낸 이 책은 AI 시대에 우리가 무엇을 더 배워야 하는가보다, 생각의 주도권과 판단의 책임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를 묻는다.
학생들의 글은 예전보다 단단해졌다. 문장은 자연스럽고 구성도 그럴듯하다. 그러나 저자는 글을 읽어 내려갈수록 묘한 이질감을 느꼈다. 글 속에 있어야 할 고민과 망설임, 길을 잃었다가 다시 생각을 붙잡은 흔적이 사라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쓴 문장에 대해 “왜 이렇게 생각했나요?”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학생이 멈춰 서는 장면은 이 책의 문제의식을 압축한다. 결론은 있지만, 그 결론까지 걸어간 자기만의 길이 없는 것이다.
저자가 포착한 변화는 ‘사고외주’다. 이는 단순히 AI에게 글을 쓰게 하거나 답을 찾게 하는 일이 아니다. 생각의 과정 자체를 건너뛰고, 결과만 받아들이는 습관이 몸에 배는 현상이다. AI 시대의 문제는 도구를 쓰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도구를 쓰는 동안에도 자기 판단의 근육을 유지할 수 있느냐에 있다.
1장 ‘어느 날부터 학생들의 보고서에서 사람이 사라졌다’는 사고외주의 출발점을 강의실 현장에서 보여준다. ‘똑똑한 무능함의 탄생’은 도구 덕분에 결과물은 좋아졌지만, 정작 설명하고 판단하는 능력은 약해질 수 있다는 역설을 담는다. ‘성장의 골든타임’은 AI 사용 능력보다 더 중요한 것이 생각을 형성하는 시기에 무엇을 직접 경험하고 고민하느냐임을 말한다.
3장과 4장은 AI 앞에서 생각의 주도권을 지키는 법을 다룬다. ‘인간다움의 증거: 정체성, 욕망, 윤리’는 AI가 대신 답할 수 없는 영역을 짚는다. ‘질문은 이해의 경계에서 태어난다’는 좋은 프롬프트가 단순한 명령어가 아니라 자신이 어디까지 이해했고 어디서 막혔는지를 드러내는 사고의 흔적임을 보여준다. 질문의 깊이가 결국 판단의 깊이를 결정한다는 뜻이다.
홍진기 교수는 경희대 생명과학대학과 중앙대 공과대학을 거쳐 현재 연세대 화공생명공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서울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고 MIT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연구했으며, 기술이 인간의 능력을 확장하는 동시에 무엇을 약화시키는지에 관심을 두고 관찰해 왔다. 『사고외주』는 AI를 잘 쓰는 법보다, AI를 쓰면서도 자기 이름을 붙일 수 있는 생각을 어떻게 남길 것인지 묻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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