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상세
이미지 뒤에 숨은 전쟁의 물질사, 『필름과 전쟁』 출간(앨리스 러브조이, 소소의책)
앨리스 러브조이가 필름 산업과 화학, 군사 기술, 핵무기 개발의 얽힘을 추적한다.

출판사 제공
사진 한 장과 영화 한 편은 흔히 추억과 예술의 이름으로 남는다. 그러나 그 이미지를 가능하게 한 필름의 역사를 따라가면 전혀 다른 세계가 열린다. 앨리스 러브조이의 『필름과 전쟁』은 필름을 단순한 기록 매체가 아니라 독가스와 폭약, 핵무기와 방사능 낙진까지 연결된 물질적 역사 속에서 다시 읽는 책이다. 소소의책이 펴낸 이 책은 이미지의 표면 뒤에 놓인 전쟁과 화학의 구조를 추적한다.
저자는 미국의 코닥과 독일의 아그파를 비롯한 필름 기업이 군수산업과 어떻게 맞물렸는지 살핀다. 필름은 빛을 기록하는 얇은 물질이지만, 그것을 만들기 위해서는 복잡한 화학 기술과 거대한 산업 체계가 필요했다. 문제는 그 기술이 예술과 오락만을 위해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필름 공장에서 시작된 화학 기술은 전쟁의 현장으로 흘러갔고, 영상 매체의 역사는 군사와 산업, 환경의 문제와 분리될 수 없게 되었다.
책의 시야는 필름 공장에만 머물지 않는다. 아프리카 광산에서 채굴된 우라늄이 어떤 과정을 거쳐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으로 이어졌는지, 미국과 소련의 핵무기 개발 경쟁이 지구 환경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를 함께 다룬다. 이 흐름은 한 장의 사진과 한 편의 영화가 세계 곳곳의 광산, 공장, 실험실, 군사 연구와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또 하나의 중요한 축은 방사능 낙진이다. 핵실험의 흔적은 국경 안에 머무르지 않고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필름은 방사능의 흔적을 기록하는 매체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그런 세계를 가능하게 한 산업 구조와도 얽혀 있었다. 이 지점에서 『필름과 전쟁』은 영화사나 사진사를 넘어 환경사와 군사사, 과학기술사의 교차점으로 이동한다.
저자 앨리스 러브조이는 영화 전문지 『필름 코멘트』의 편집자로 활동했으며, 현재 미네소타 대학교 문화연구ㆍ비교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그는 영화를 예술이나 오락의 산물이 아니라 산업, 과학기술, 군사, 환경이 교차하는 물질적ㆍ역사적 체계로 연구해 왔다. 『군대 영화와 아방가르드』, 『냉전 미디어의 새로운 지형도』 등의 저서에서도 국가 권력과 시청각 매체, 냉전 문화의 관계를 탐구했다.
『필름과 전쟁』은 우리가 너무 쉽게 아름답다고 불러온 이미지의 뒷면을 보게 만든다. 필름을 다시 본다는 것은 사진과 영화의 역사를 다시 보는 일이자, 근현대 세계가 이미지를 생산하기 위해 어떤 산업과 전쟁, 오염의 대가를 치렀는지 묻는 일이다.
##
관련 기사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