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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에게 1.7미터는 없고 10밀리초가 있다, 『천재 박쥐』 (요시 요벨, 어크로스)
요시 요벨의 『천재 박쥐』는 반향정위, 사회성, 진화, 보전의 관점에서 박쥐가 보여주는 감각과 지능의 세계를 탐구한 과학 논픽션이다.

출판사 제공
인간은 오랫동안 인간을 닮은 동물에게서만 천재성을 발견하려 했다. 체스를 두는 침팬지, 그림을 그리는 코끼리처럼 인간의 기준에 가까운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어크로스에서 출간된 요시 요벨의 『천재 박쥐』는 그 기준을 뒤집는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인간이 상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세계를 감지하고 움직이는 박쥐의 능력을 통해, 지능과 감각을 다시 묻게 한다.
박쥐는 전 세계 포유류의 20퍼센트를 차지하는 생명체다. 진화의 역사에서 가장 다재다능하게 뻗어나간 집단이기도 하다. 이 책은 박쥐를 기괴하거나 음산한 동물로 소비하지 않는다. 박쥐의 뇌와 감각, 사회적 네트워크를 통해 전혀 다른 질서의 세계를 보여준다. 인간의 언어와 감각으로만 세계를 이해하려 했던 인식의 한계를 넘어서는 과학 논픽션이다.
1부 ‘사회성’은 박쥐가 얼마나 복잡한 관계를 맺고 사는지 보여준다. ‘내일의 나를 위해 오늘의 피를 나누는 혈맹’은 흡혈박쥐와 사회성을 다룬다. 피를 나누는 행위는 단순한 생존 전략을 넘어 관계와 기억, 상호성의 문제로 확장된다. ‘박쥐 세계의 이름난 시인’은 큰주머니날개박쥐와 동물의 언어를 다루며, 박쥐의 의사소통이 얼마나 정교한지 보여준다.
2부 ‘반향정위’는 이 책의 가장 흥미로운 축이다. ‘어떻게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앞을 볼 수 있을까?’는 관박쥐와 도플러 효과를 다룬다. ‘박쥐에게 1.7미터는 없다, 오직 10밀리초가 있을 뿐’이라는 장 제목은 박쥐가 공간을 인간처럼 거리로만 감각하지 않음을 드러낸다. 박쥐에게 세계는 시간의 차이와 반향의 정보로 구성된다.
3부 ‘진화’는 5200만 년 전 박쥐가 남긴 미완성 질문에서 시작해 화석, 뼈, 유전 분석, 반향정위 유전자를 다룬다. 박쥐는 쥐가 아니며, 그 몸은 진화가 만든 독특한 실험의 결과다. 4부 ‘자연 보전’은 인간과 박쥐의 미래를 묻는다. ‘조용한 대학살’, ‘인간이 옮긴 재앙’, ‘다리 아래의 평화’는 박쥐 연구가 생태계 보전과 인간 사회의 책임으로 이어짐을 보여준다.
요시 요벨은 박쥐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로, 생태학과 신경과학을 통합한 신경생태학 분야를 개척해왔다. 야생 박쥐를 실시간으로 추적하기 위해 초소형 센서를 개발했고, 박쥐 새끼를 출생부터 성체까지 추적하는 데 최초로 성공했다. 『천재 박쥐』는 박쥐에 관한 책이면서 동시에 인간 중심의 지능 개념을 흔드는 책이다. 어둠 속에도 우리가 아직 배우지 못한 감각의 문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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