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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술은 어떻게 증거가 되는가, 『인터뷰 룸』 (최규환, 돌베개)
20년 차 프로파일러 최규환이 1,000명이 넘는 범죄자와 피해자를 만나며 쌓은 진술분석 경험을 9개 사건으로 풀어낸다.

출판사 제공
돌베개가 최규환의 『인터뷰 룸』을 출간했다. 이 책은 20년 차 프로파일러가 1,000명이 넘는 범죄자와 피해자를 인터뷰하며 축적한 진술분석 경험을 바탕으로 쓴 기록이다. 사건 현장에는 물리적 증거만 남지 않는다. 말도 남는다. 그러나 말은 흔들리고, 엇갈리고, 때로는 의심받는다. 저자는 그 말의 자리에서 진실을 추적한다.
『인터뷰 룸』은 자극적인 범죄 실화나 수사 비화를 앞세우지 않는다. 책의 중심에는 진술이 있다. 양측의 말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건에서 무엇을 듣고, 무엇을 다시 확인하며, 무엇을 놓치지 않아야 하는지 따라간다. 범죄를 흥미로운 이야기로 소비하는 대신, 말과 말 사이에서 사건의 실체를 찾아가는 논픽션 르포르타주에 가깝다. 피해자의 말이 어떻게 단단한 증거로 기능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목차에 실린 9개의 사건은 진술분석의 어려움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드러낸다. ‘어둠은 빛을 덮을 수 없다’는 항거불능 상태의 성폭력 사건을 다룬다. 피해자의 진술이 쉽게 의심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말의 구조와 맥락을 어떻게 살펴야 하는지 보여주는 출발점이다. ‘흔들리는 진술’은 친족 성폭력과 피해 진술 번복 사건을 다룬다. 진술이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 피해 경험 전체를 부정할 수 있는지 묻는 장이다.
‘망자의 목소리’는 알코올 중독자 배우자 폭행 치사 사건을 다룬다. 이미 말할 수 없는 피해자의 자리를 수사와 분석이 어떻게 대신 추적할 수 있는지 살피게 한다. ‘7년의 기다림’은 장기 누적 친족 성폭력 사건을 통해 시간이 지난 피해 진술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묻는다. ‘우리들의 이야기’는 고령 여성 성범죄 사건을 다루며, 사회가 더 쉽게 지워버리는 피해자의 말을 다시 듣게 한다.
저자는 전북대학교 심리학과에서 학사 학위를, 동국대학교 법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경찰 재직 20년 대부분을 프로파일링 분야에서 근무하며 약 1,000명의 범죄자와 피해자를 만나 다양한 현장 경험을 쌓았고, 많은 강력 사건 해결에 기여했다. 현재도 살인과 같은 중대 범죄를 중심으로 범죄자의 심리와 행동을 분석하고 있다.
책의 문제의식은 과학수사의 사각지대와 맞닿아 있다. 장기 미제 살인 사건이나 증거 확보가 어려운 성범죄 사건에서 말은 때로 가장 중요한 단서가 된다. 『인터뷰 룸』은 진실이 언제나 커다란 증거물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때로 진실은 반복되는 말의 결, 피하려는 대답, 흔들리는 기억, 침묵의 방향 속에 있다. 이 책은 피해자의 말이 수사와 법의 언어 안에서 어떻게 사라지지 않을 수 있는지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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