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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말을 쓰는데 왜 우리는 어긋나는가, 『지적인 삶을 위한 열 가지 철학』 (오카모토 유이치로, 이든서재)

오카모토 유이치로가 정의, 기술, 권력, 자유 등 10가지 개념을 통해 불통의 시대에 필요한 철학적 사고법을 제안한다.

언론출판독서TV2026년 6월 15일 오후 12:45
4
지적인 삶을 위한 열 가지 철학
📖 도서 정보

지적인 삶을 위한 열 가지 철학

저자
, 岡本 裕一朗
출판사
이든서재
발행일
2026-07-10
ISBN
9791194812234
정가
17,820원
도서 상세 보기

같은 말을 쓰는데 왜 우리는 어긋나는가, 『지적인 삶을 위한 열 가지 철학』 (오카모토 유이치로, 이든서재)출판사 제공

이든서재가 오카모토 유이치로의 『지적인 삶을 위한 열 가지 철학』을 출간했다. 책은 직장 회의실과 온라인 토론장, 사적인 대화에서 반복되는 이상한 단절감에서 출발한다. 분명 같은 언어를 쓰고 있는데 대화는 평행선을 달린다. 목소리는 높아지지만, 정작 무엇 때문에 부딪히는지 모호해진다. 저자는 이 고질적인 불통의 원인을 말솜씨 부족이 아니라 개념의 차이에서 찾는다.

저자의 진단은 명료하다. 우리는 같은 단어를 내뱉으면서도 머릿속으로는 전혀 다른 세계를 그리고 있다. 그래서 대화가 깊어질수록 오해도 깊어진다. 이때 필요한 도구가 철학이다. 책은 철학을 현실과 동떨어진 현학적 말장난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언어와 개념의 의미를 분석하는 가장 강력한 사고 훈련으로 제시한다. 말이 통하지 않는 시대일수록, 먼저 단어의 뜻을 묻는 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책은 우리가 완전히 안다고 착각하는 10가지 핵심 개념을 다룬다. 정의, 기술, 권력, 폭력, 자유, 노동, 소외, 국가, 종교, 전쟁이다. 이 단어들은 뉴스와 회의, 토론과 일상 대화에서 자주 등장한다. 그러나 익숙하다는 이유로 의미가 분명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주 쓰이기 때문에 각자의 전제와 감정이 뒤섞이고, 논쟁은 쉽게 소모적인 충돌로 흐른다.

‘정의’는 그 대표적인 사례다. 존 롤스의 ‘공정함’과 아리스토텔레스의 ‘미덕’은 모두 정의를 말하지만 같은 방향으로 가지 않는다. 정의를 공정한 절차와 분배의 문제로 볼 것인지, 좋은 삶과 인간의 덕성 문제로 볼 것인지에 따라 논의의 토대가 달라진다. ‘자유’ 역시 마찬가지다. 이사야 벌린이 말한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는 오늘날 개인의 선택과 사회의 개입을 둘러싼 논쟁을 이해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마르크스 가브리엘과 하이데거를 다루는 대목은 책의 문제의식을 더 선명하게 한다. 마르크스 가브리엘이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선언하고, 하이데거가 인간을 ‘세계 속의 존재’라고 규정할 때 중요한 것은 누가 맞느냐를 가르는 일이 아니다. 두 사람이 ‘세계’라는 단어 하나를 통해 서로 다른 맥락과 사유의 층위를 열고 있다는 사실을 읽어내는 일이다.

오카모토 유이치로는 규슈대학교 조교수, 다마가와대학 문학부 교수를 거쳐 2019년부터 다마가와대학 명예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서양 근현대 철학을 전문으로 연구하며 철학과 테크놀로지의 경계를 넘나드는 저술 활동을 이어왔다. 『지적인 삶을 위한 열 가지 철학』은 더 유식하게 보이기 위한 책이 아니다. 같은 말을 쓰면서도 계속 어긋나는 시대에, 생각의 뼈대를 다시 세우고 대화를 시작하기 위한 개념의 지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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