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상세
무대 밖에서 다시 쓰는 이력서, 『망돌의 이력서』 (이상현, 애플북스)
아이돌 산업의 그림자와 청년 노동 현실을 잇는 기록
출판사 제공
K-팝은 세계를 흔들고 있다. 스타디움에서 수만 명의 관객을 모으는 그룹이 있는가 하면, 이름조차 남기지 못한 채 사라지는 팀도 있다. 『망돌의 이력서』는 바로 그 후자의 자리에서 출발한다. 저자 이상현은 2014년 아이돌 그룹 BTL의 큐엘로로 데뷔했지만, 회사의 사정으로 팀은 해체됐다. 무대 위의 꿈은 짧았고, 남은 것은 ‘망한 아이돌’이라는 낙인이었다.
책은 단순한 성공담이 아니다. 오디션 수백 번, 연습생 8년, 데뷔 후 해체라는 개인의 경험을 통해, 아이돌 산업의 구조적 불안정성을 드러낸다. 화려한 무대 뒤에는 언제든 사라질 수 있는 계약과, 청춘을 소모하는 시스템이 있다. 저자는 그 속에서 좌절했지만, 다시 사회로 돌아와 hy(한국야쿠르트) 홍보마케팅팀을 거쳐 대기업 S사에서 AI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망돌의 이력서』가 특별한 이유는 실패를 “극복”의 서사로만 소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저자는 아이돌 시절의 경험을 취업 시장에서 자산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아무리 화려한 경험이라도 맥락 없이 노출하면 약점이 된다”는 깨달음은, 청년 세대가 불안정한 노동 현실 속에서 어떻게 자기 경험을 재구성해야 하는지를 말해준다.
이 책은 결국 한 사람의 기록이자, 동시에 수많은 ‘망돌’들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무대는 짧았지만 인생은 길다. 실패한 아이돌의 이력서는, 청년 세대가 불안정한 꿈과 현실 사이에서 어떻게 다시 길을 만들어가는지를 보여주는 사회적 아카이브다.
『망돌의 이력서』는 “망한 아이돌”이라는 낙인을 넘어, 실패를 기록하고 다시 살아내는 법을 보여주는 책이다. 단순한 성공담이 아니라, 청년 세대의 노동과 꿈을 함께 성찰하게 만드는 목소리다.
관련 기사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