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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우주 정착, 현실 점검서 『화성에 도시를 세운다면』 출간 (알에이치코리아, 잭·켈리 와이너스미스, 번역 지웅배)

낭만 대신 냉철한 과학으로 본 화성 도시의 가능성과 난제

장세환2026년 6월 9일 오후 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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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 도시를 세운다면.jpg출판사 제공

우주 정착의 꿈을 냉철하게 점검하는 책 『화성에 도시를 세운다면』이 알에이치코리아에서 출간됐다. 만화가 잭 와이너스미스와 생명과학자 켈리 와이너스미스가 4년간 조사해 쓴 이 책은 출간 직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2024년 휴고상 논픽션 부문을 수상했으며, <가디언>,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등 주요 언론이 ‘올해의 책’으로 선정했다.

책은 화성 이주와 달 기지 건설을 낭만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에 반기를 든다. 저자들은 애초에 ‘화성 정착 가이드’를 쓰려 했지만, 조사 과정에서 무시할 수 없는 문제들을 발견하며 방향을 바꿨다. 숨 쉴 공기, 마실 물, 먹을 식량, 임신과 출산, 의료 체계, 법과 정치, 자원 분배, 갈등 해결 방식까지—우주에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현실적 난제들을 집요하게 파헤친다.

화성은 평균 기온 영하 60도, 대기 밀도는 지구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토양에는 독성 물질이 섞여 있어 태양광 패널 같은 장비의 성능을 떨어뜨린다. 결국 인간은 지표면이 아니라 땅속으로 파고 들어가야 할지도 모른다. 미소중력이 인체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 우주에서의 임신과 출산 가능성은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다. 저자들은 “우주는 기술 문제가 아니라 인간 문제”라는 통찰을 던지며, 단순한 로켓 기술 발전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복잡한 과제를 강조한다.

경제적 전망도 냉정하게 검토한다. 달의 헬륨-3 채굴, 소행성 자원 개발, 우주 태양광 발전 같은 구상은 비용 대비 수익성이 입증되지 않았으며, 실제로 누구에게 이익이 돌아갈지도 불분명하다. 법적 기준 역시 냉전 시기의 틀에 머물러 있어, 달의 땅을 개인이 소유할 수 있는지, 민간 기업이 화성에서 문제를 일으키면 어느 나라가 책임지는지 같은 질문은 여전히 공백 상태다.

책은 “우주 역시 인간이 지극히 인간답게 살아가게 될 또 다른 장소일 뿐”이라고 말한다. 지구에서 벌어진 갈등과 경쟁이 우주에서도 반복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따라서 저자들은 “우주 정착을 서둘러야 할 시급한 이유는 없다”고 결론짓는다. 인류가 우주에 나아가려면 수백 년에 걸친 장기적 과제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판은 과학 커뮤니케이터이자 천문학자인 지웅배 교수가 번역을 맡아, 복잡한 과학적 논의를 쉽고 유쾌하게 전달한다. 최재천 교수는 “『마션』을 즐겼다면 이 책에 열광할 것”이라 했고, 이정모 전 국립과천과학관장은 “평생 읽은 우주 관련 책 중 가장 흥미롭고도 당혹스럽다”고 평했다.

『화성에 도시를 세운다면』은 우주 정착의 낭만을 넘어, 인류가 진정으로 우주에 갈 준비가 되어 있는지 묻는 책이다. 지금 우리가 내리는 선택이 미래를 어떻게 바꿀지, 독자들은 책을 덮고 나서 스스로 답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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