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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유행을 파헤치다, 『불편한 유행』 신간 출간 (산지니, 도우리)

웃고 넘기기엔 찜찜한, 한국 사회의 욕망·혐오·균열을 비추는 문화 비평

최준혁2026년 6월 9일 오후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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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편한 유행.jpg출판사 제공

산지니 출판사에서 도우리 칼럼니스트의 신간 『불편한 유행』이 출간됐다. 『우리는 중독을 사랑해』로 문화 속 중독 현상을 파헤쳤던 저자가 이번에는 한국 사회를 휩쓴 최신 유행들을 비틀어 바라보며, 그 속에 숨어 있는 욕망과 혐오, 균열을 드러낸다.

MBTI, 두바이 쫀득쿠키, 아이돌, 연애 프로그램 등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퍼지고 사라지는 유행은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오락거리지만, 누군가에게는 불편하고 때로는 고통스러운 주제로 다가온다. 모두가 웃고 있을 때 어딘지 모를 찜찜함을 느끼거나, 유행어를 무심코 내뱉다가 멈칫하게 되는 순간이 바로 그것이다. 도우리의 이번 책은 그 불편함을 언어화하는 첫걸음이 된다.

책은 크게 네 장으로 구성된다. 1장에서는 ‘남미새’, ‘알파남’, ‘섹파’, ‘결혼식’ 등 연애와 결혼, 젠더 규범에 얽힌 유행을 분석한다. 2장에서는 ‘나락 밈’, ‘아이돌 분쟁’, ‘랜선집사 푸바오’, ‘생성형 AI’ 등 타인을 상상하는 방식이 어떻게 유행을 통해 드러나는지를 살핀다. 3장에서는 MBTI와 디지털 얼굴, 연애 프로그램을 통해 자아가 어떻게 극사실적으로 분석되고 분해되는지를 보여주며, 4장에서는 다이소, 디저트, 레트로, 탈독자화 같은 소비와 구매의 유행을 탐구한다.

저자는 유행이 단순히 웃고 즐기는 놀이가 아니라, 사회적 가치관과 불안을 반영하는 거울임을 강조한다. 예컨대 ‘누칼협(누가 칼 들고 협박했냐)’이라는 유행어는 피해 사실을 고백하는 목소리를 개인의 책임으로 환원하며, 사회적 고통을 사소화하는 분위기를 강화한다. ‘연애 프로그램’의 유행은 연애가 단순한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인정받는 정체성의 문제로 변모했음을 보여준다.

『불편한 유행』은 2022년 12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약 3년간 한국 사회를 휩쓴 유행들을 기록한 아카이브이기도 하다. 저자는 비평가이기 이전에 그 유행들을 함께 겪어낸 한 사람으로서, 때로는 탑승하고, 때로는 멈칫하며, 때로는 무심히 흘려보내면서 글을 썼다. 그렇기에 이 책은 저자 혼자의 기록이 아니라 같은 시간을 통과해 온 ‘우리’의 기록이기도 하다.

저자는 “지나간 유행은 우리의 거울”이라고 말한다. 한때 우리가 무엇에 열광했고, 무엇에 불편해했으며, 무엇을 외면했는지를 돌아보는 일은 지금의 우리를 이해하고 다가올 사회를 상상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 『불편한 유행』은 유행을 통해 한국 사회의 욕망과 혐오, 균열을 읽어내며, 웃고 넘기기엔 찜찜한 감정들을 언어로 바꾸는 비평서로 자리매김한다.

『불편한 유행』은 유행을 소비하는 시대에, 그 불편함을 말할 수 있는 개인이 되기 위한 지적이고 통쾌한 안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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