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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또 다른 얼굴 『다른 사랑』 출간 (최은미 지음, 문학동네)

폭력과 슬픔, 그리고 사랑의 낯선 결을 탐구하는 5년 만의 신작 소설집

장세환2026년 6월 5일 오후 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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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랑.jpg출판사 제공

“욕망과 윤리가 뒤엉킨 지점으로 독자를 던져놓는, 오직 최은미만이 보여줄 수 있는 악력.” 김승옥문학상 심사평의 이 문장은 최은미의 신작 소설집 『다른 사랑』을 설명하는 데 가장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발표하는 작품마다 평범한 언어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강렬한 독서 체험을 선사해온 최은미가, 『눈으로 만든 사람』 이후 5년 만에 선보이는 단독 소설집이다.

이번 책은 이미 이상문학상, 김승옥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등 굵직한 문학상을 수상하며 한국문학의 중요한 목소리로 자리매김한 최은미의 최근 5년간 성취를 집약한다. 특히 2025년 김승옥문학상 대상 수상작 「김춘영」, 2023년 이상문학상·김승옥문학상 우수상 「그곳」, 2022년 이상문학상 우수상 「고별」 등 주요 수상작들이 함께 실려 있어, 작가의 작품 궤적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사랑’이라는 단어는 최은미의 인물들에게 낯선 감각이다. 그녀의 작품 속 인물들은 팽팽한 긴장감을 견디며 타인과 거리를 유지하거나, 세상과 쉽게 타협하지 않고 불화를 선택한다. 그런 인물들에게 ‘사랑’은 부드러운 힘이 아니라, 폭력과 슬픔, 상실과 기억을 통과하며 드러나는 또 다른 결이다. 작가는 “다시 묻을 것을 알면서도 끝내 파헤치던 집요한 마음들”을 기록하며, 사랑을 가능하게 하거나 불가능하게 만드는 조건을 탐구한다.

소설집 전반부에 배치된 「무장하는 날」, 「정선」, 「김춘영」은 일종의 ‘지방-공간 3부작’으로, 산과 땅이라는 공간을 매개로 개인과 사회의 기억을 교차시킨다. 발굴 현장에서 폭력의 언어를 목격하는 순간, 유년의 상실을 다시 마주하는 순간, 탄광촌 여성의 생애사를 기록하려는 순간 ― 이 작품들은 모두 땅속에 묻힌 기억과 감정이 현재를 흔드는 장면을 보여준다.

후반부의 「그곳」과 「이 모든」은 재난과 애도를 다루며, 다른 사람의 고통과 상실을 기억하는 일이 얼마나 큰 부담을 동반하는지를 보여준다. 이상적인 연대가 아니라, 죽음에 육박하는 ‘가사(假死)’ 상태를 통해서만 가능한 이해의 몸짓을 그려낸다. 마지막 작품 「고별」에서는 병환으로 세상을 떠난 시어머니의 장례를 지키며, 동시에 남편과의 이별을 결심하는 인물의 내면을 통해 사랑과 작별의 역설을 드러낸다.

『다른 사랑』은 결국 사랑을 낭만적 감정으로 환원하지 않는다. 오히려 폭력과 슬픔, 상실과 기억이 교차하는 순간에 드러나는 사랑의 또 다른 얼굴을 탐구한다. 최은미는 인물들의 내면을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으면서도, 독자가 그들의 결심과 감정을 선명하게 느끼도록 만든다.

이번 소설집은 최은미의 작품 세계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다른’이라는 말도, ‘사랑’이라는 말도 감당해볼 용기를 내야만 읽을 수 있는 책. 『다른 사랑』은 독자에게 사랑의 낯선 결을 마주하게 하고, 그 속에서 인간 존재의 깊은 층위를 탐색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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