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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스모비시온의 부활 – 라틴아메리카 원주민, 저항의 역사와 공생의 문화 (김윤경 지음, 알렙)

기후위기 시대, 원주민 세계관이 던지는 생태적·정치적 대안

장세환2026년 6월 5일 오후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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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스모비시온의 부활.jpg출판사 제공

“인간은 세계의 중심이 아니라 관계망 속의 한 존재다.” 『꼬스모비시온의 부활』은 라틴아메리카 원주민의 세계관을 통해 우리가 왜 다르게 생각해야 하는지를 묻는다. 저자 김윤경 교수는 인간을 자연의 지배자가 아닌 ‘이웃’으로 보는 원주민의 철학을 기후위기 시대의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한다.

책은 메소아메리카와 안데스라는 두 지역을 중심으로 원주민의 사상과 역사적 경험을 추적한다. 메소아메리카는 식민성과 근대 국가의 역사를 보여주는 공간이다. 유럽의 정복은 단순히 땅을 차지하는 일이 아니라 ‘영혼의 정복’이었다. 기독교의 확산은 원주민의 세계관을 지배하며 라틴아메리카를 가톨릭의 중심지로 만들었다. 자유주의 국가 형성 과정에서도 원주민 공동체는 해체와 재편의 대상이 되었고, 혁명적 인디헤니스모가 등장하면서 원주민은 더 이상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주체로 자리매김했다.

안데스 지역은 원주민의 꼬스모비시온이 새로운 생태적·정치적 대안으로 부활하는 공간이다. ‘수막 까우사이(Sumak Kawsay, 좋은 삶)’는 자본주의적 성장 논리를 거부하고 공동체적 균형과 지속가능성을 강조한다. 빠차마마(Pachamama, 어머니 지구) 사상은 자연을 착취의 대상이 아닌 돌봄의 대상으로 바라본다. 이러한 철학은 에콰도르 헌법에 ‘자연의 권리’를 명시하고, 볼리비아에서 ‘어머니 지구 권리법’을 제정하는 등 제도적 차원에서도 구현되었다.

책은 또한 멕시코 치아빠스에서 시작된 사빠띠스따 운동을 다룬다. 이 운동은 단순한 정치 운동을 넘어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새롭게 재구성하려는 생태 운동의 성격을 띠었다. 공동체 자치와 경제, 토지와 숲을 보호하려는 실천은 근대적 개발 논리와 다른 세계관을 보여주며,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삶의 방식이라는 새로운 문명적 대안을 제시한다.

저자는 오늘날의 기후위기를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서구 근대 세계관이 낳은 문명적 위기로 진단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원주민의 꼬스모비시온을 제시하며, 우리가 잃어버린 생태적 지혜를 복원할 것을 역설한다. “꼬스모비시온의 부활은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라, 다양한 존재와 삶의 방식이 공존하는 새로운 생태 문명으로 나아가기 위한 출발점”이라는 그의 말은, 기후 정의와 문명 전환을 고민하는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꼬스모비시온의 부활』은 단순한 철학적 탐구를 넘어, 현대 정치와 사회 제도 속에서 실천되는 대안적 세계관을 보여준다. 원주민의 저항과 공생의 문화는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행성 시대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중요한 사상적 자원이다. 이 책은 라틴아메리카 원주민의 지혜를 통해 인간과 자연이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상상력을 제공하며, 기후위기 시대에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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