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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현대시사 – 100년 시문학의 흐름을 총망라하다 (오세영 지음, 푸른사상)

개화기부터 탈이데올로기 시대까지, 시와 역사의 교차로

장세환2026년 6월 5일 오후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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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현대시사.jpg출판사 제공

“춘향의 러브스토리는 시대마다 다르게 해석되고, 다시 살아나는 현존적 사건이다.” 오세영 서울대 명예교수가 『한국 근현대시사』의 서문에서 던진 이 문장은, 문학사의 기술이 단순한 연대기적 기록을 넘어선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문학작품은 과거에 쓰였지만, 독자가 대면하는 순간마다 의미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번 책은 개화기 신시운동부터 2000년대 탈이데올로기 시대까지, 100여 년의 한국 시문학을 시대별·장르별·시인별로 총망라한다. 자유시의 성립 과정, 신체시와 창가, 모더니즘과 아방가르드, 민족주의 시와 저항시, 청록파와 민중시, 그리고 1990년대 이후의 이야기체 시까지, 한국 시문학의 다양한 흐름을 세밀하게 추적한다.

특히 저자는 기존 학계의 관습적 평가를 넘어 비판적 시각을 제시한다. 자유시가 외래 영향으로만 형성되었다는 통설을 반박하며, 한국 전통 시형의 자생적 변화에서 비롯된 흐름임을 강조한다. 또한 김수영을 비롯한 주요 시인들의 작품을 비판적으로 분석해, 단순한 연대기적 서술을 넘어 문학사적 의미를 새롭게 조명한다.

책 속에는 한국 시문학이 겪어온 격동의 시대가 생생히 담겨 있다. 1940년대 일제의 혹독한 탄압 속에서 친일 어용시와 저항시가 공존했던 암흑기, 1960년대 4·19혁명과 5·16군사쿠데타 이후 현실 참여문학과 순수문학의 갈등, 1980년대 민주화 운동과 민중시의 부상, 그리고 1990년대 탈이데올로기 시대에 등장한 이야기체 시와 포스트모더니즘적 경향까지, 시문학은 사회와 역사의 변화를 고스란히 반영했다.

오세영 교수는 시인이자 학자로서 35년간 강단을 지켰고, 정년 이후 20년 만에 이 책을 완성했다. 그는 “문학사의 서술은 단순한 사회사나 사조사가 아니라, 시인과 작품을 통해 시대의 정신을 읽어내는 작업”이라고 말한다. 『한국 근현대시사』는 문학사 기술의 어려움과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시문학의 흐름을 실증적이고 역사적으로 정리해낸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닌다.

이번 출간은 한국 시문학 연구의 새로운 이정표로 평가된다. 개화기의 계몽주의 문학에서부터 현대의 포스트모더니즘까지, 시문학의 변화를 한 권에 담아낸 이 책은 연구자와 학생은 물론, 한국 시의 흐름을 깊이 이해하고자 하는 모든 독자에게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다. 『한국 근현대시사』는 단순한 문학사 정리가 아니라, 한국 시문학이 걸어온 길을 냉철하게 점검하고 미래를 모색하는 학문적 성과로 자리매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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