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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사회 – 경성에서 서울까지, 극장이 만든 예술과 사회의 기록 (정유선·김지선·문현선·소영현·최영희 지음, 안그라픽스)
13개 극장을 통해 본 한국 공연예술과 감정의 역사
출판사 제공
“우미관 구경 안 하고 서울 다녀왔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1920년대 서울행 기차를 타던 사람들 사이에 떠돌던 농담이다. 그만큼 극장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시대를 상징하는 문화의 현장이었다. 안그라픽스가 출간한 『극장사회』는 바로 그 극장들을 무대로 한국 공연예술과 사회의 역사를 다시 써 내려간다.
책은 원각사에서 시작해 단성사, 우미관, 권상장, 동양극장, 명동예술극장, 국립극장, 종로와 충무로의 극장가, 연우소극장, 난타극장, 서울돈화문국악당, 세종문화회관, 예술의전당까지 13곳을 따라간다. 각 극장은 단순히 공연을 올리는 장소가 아니라, 시대의 감정과 사회적 경험을 집약하는 공간이었다. 판소리와 창극, 국극, 연극, 영화, 뮤지컬까지 다양한 장르가 극장을 토양 삼아 성장했고, 관객은 그 무대 위에서 웃고 울며 공동의 서사를 만들어냈다.
책 속에는 생생한 장면들이 펼쳐진다. 단성사 무대에 올랐던 여성 창극은 판소리의 재해석이자 새로운 공연 장르의 탄생이었다. 기생조합 창극단이 이끌었던 실험은 여성의 문화적 자립을 알리는 무대였고, 훗날 여성국극과 한류 드라마로 이어졌다. 동양극장에서는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를 보며 경성의 기생들이 단체로 극장을 찾았고, 명동예술극장에서는 낯선 오페라 아리아와 트로트 선율이 부딪히며 한국적 문화의 코어가 생성됐다.
『극장사회』는 관객의 경험에도 주목한다. 건물과 배우, 흥행과 수익 중심의 서술을 넘어, 극장을 스쳐간 개인의 시간을 복원하며 극장을 입체적으로 재구성한다. 관객의 감정은 단순한 개인적 체험을 넘어 사회적 현상으로 확장되며, 극장은 그 감정의 연대가 만들어낸 사회의 역사로 자리매김한다. 저자들은 “무대 위 타인의 감정과 마주치고 객석 아래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순간, 그 공간은 하나의 장소가 된다”고 말한다.
또한 책은 화려한 무대 뒤편에서 극장을 지탱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담았다. 연출가는 텍스트와 현실 사이에서 타협하고, 배우는 타인의 삶과 자신을 겹쳐놓기 위해 애쓰며, 무대감독은 조명과 음향을 몸으로 기억한다. 의상팀은 바느질로 캐릭터를 빚어내고, 수많은 스태프가 무대를 완성한다. 『극장사회』는 공연예술을 결과물로만 바라보는 관점을 넘어, 극장이라는 작은 우주 전체를 들여다본다.
오늘날 K-뮤지컬과 K-팝, K-클래식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현상은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그 뿌리는 바로 과거 극장 무대 위에서 낯선 선율과 전통이 부딪히고 섞이던 순간들 속에 있다. 『극장사회』는 한국 공연예술의 뿌리를 탐색하며, 극장이 만들어낸 감정의 사회와 예술의 역사를 생생하게 기록한다.
이번 출간은 극장을 단순한 건물이 아닌, 시대와 사회를 비추는 문화적 거울로 바라보게 한다. 『극장사회』는 예술과 사회, 그리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엮어낸 공연예술사의 새로운 기록으로, 한국 문화의 흐름을 이해하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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