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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는 가면을 벗기다 『박완서 가족에 관한 글쓰기』 (양혜원, 책읽는고양이)

박완서의 작품 속 가족 읽기, 오늘의 독자에게 건네는 치유의 언어

장세환2026년 5월 29일 오후 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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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가족에 관한 글쓰기.jpg출판사 제공

박완서의 글쓰기에서 가족은 언제나 출발점이었다. 『박완서 가족에 관한 글쓰기』는 여성학자이자 박완서 연구자인 양혜원이 박완서의 작품을 통해 가족이라는 주제를 새롭게 읽어낸 인문 에세이다. 마흔에 등단해 여든 무렵까지 글을 써온 박완서에게 가족은 가장 익숙한 ‘노는 마당’이자, 동시에 인간의 본질을 파헤치기 위한 가면 벗기의 무대였다.

평론가 김윤식은 박완서의 소설이 거침없는 이유가 작가가 가장 잘 아는 세계, 즉 한 가정의 아내로서의 경험을 다루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강인숙은 박완서 글쓰기의 중요한 특징으로 ‘가면 벗기기’를 꼽았다. 이 책은 박완서가 가족이라는 세계에서 어떻게 인간의 속살을 드러내고, 그 속에서 모순과 슬픔, 억울함, 헛헛함의 근원을 탐구했는지를 보여준다.

양혜원은 박완서의 작품 중 열 개의 이야기를 통해 어머니와 아버지, 사랑과 연애, 결혼과 이혼, 가족의 죽음, 진실된 나 바라보기, 그리고 글쓰기의 자세를 다룬다. 헌신적인 모성을 바라보는 자녀들의 입장 차이, 젊은이의 연애는 이해하면서도 노인의 연애에는 편견을 드러내는 사회의 한계, 이혼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탄탄한 서사 등 박완서의 가족 읽기는 사고의 빈틈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오늘날 우리의 가족 형태와 위상은 박완서의 활동 시기와는 많이 달라졌다. 그러나 가족이 언제나 뿌리와 같은 존재라는 점에서, 박완서가 던진 “가족은 힘이 될까, 굴레가 될까”라는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양혜원은 과거와 현재의 간극을 메우는 작업을 통해 박완서의 매력과 통찰을 오늘의 독자에게 전달한다.

또한 책은 AI 시대의 글쓰기에 대한 성찰도 담고 있다. 누구나 글을 쓰고 싶어 하지만, 동시에 글은 아무나 쓰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있다. 저자는 AI 시대에도 여전히 글쓰기가 특별한 일이 될 수 있는지 묻는다. 박완서가 말한 “글쓰기의 원동력은 심장의 더운 피, 고결한 양심”이라는 구시대적 선언을 다시 불러내며, 결국 중요한 것은 나만의 이야기를 사수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박완서 가족에 관한 글쓰기』는 가족이라는 친숙한 주제를 통해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고, 동시에 글쓰기의 의미를 되묻는 책이다. 독자는 박완서의 작품을 통해 가족의 민낯과 마주하며, 치유와 성찰의 길로 나아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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