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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일상에 스며든 공포 『태양 공포』 (이종산·정보라·허진희, 스프링)

세 작가가 그려낸 현실과 환상의 경계, 생존의 서늘한 기록

장세환2026년 5월 29일 오후 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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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 공포.jpg출판사 제공

호러와 스릴러는 언제나 인간의 가장 깊은 불안을 건드린다. 『태양 공포』는 이종산, 정보라, 허진희 세 작가가 함께 선보인 단편집으로, 도시라는 일상적 배경 속에서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세 가지 이야기를 담았다.

첫 번째 작품 「태양 공포」는 태양을 숭배하는 집단에게 부모를 잃은 ‘반(半) 흡혈귀’ 주현의 도주기를 그린다. 인간과 흡혈귀 사이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주인공은 생존을 위해 본능과 불안을 동시에 마주한다. 이종산 특유의 감각적인 묘사가 빛을 발하며, 낮과 밤, 인간과 괴물의 경계에서 흔들리는 존재의 불안을 생생하게 체감하게 한다.

정보라의 「탈출기」는 성폭력 피해자가 오히려 피의자로 내몰리는 현실의 부조리를 날카롭게 포착한다. 환각과 섬망이 뒤섞인 서술은 피해자의 목소리가 어떻게 왜곡되고 무시되는지를 보여주며, 불합리한 사법 시스템을 강렬하게 비판한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 독자는 피해자의 절망과 공포를 함께 경험하게 된다.

허진희의 「피터와 모」는 입양아의 깊은 소외와 어둠을 기묘한 상징으로 풀어낸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엄마의 죽음을 지켜보며 과거의 상처와 마주하는 주인공은 집 안 곳곳에 남아 있는 어둠을 희곡으로 기록한다. 가족이지만 가족이 아닌 관계, 사랑과 결핍이 뒤엉킨 서사는 독자를 서늘한 몰입으로 이끈다.

『태양 공포』는 평온해야 할 일상이 어떻게 잔혹하게 뒤틀릴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세 작가의 작품은 단순한 공포 서사가 아니라,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삶을 지탱해 나가는 인물들의 절실한 생존기를 담아낸다. 도시 한복판에서 마주치는 서늘한 공포는 결국 우리 사회의 그림자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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