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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혁명으로 읽다 『이 망할 세상에서 사랑이라니!』 (딘 스페이드, 돌고래)

로맨스 신화를 넘어, 두려움 없이 관계 맺기 위한 안내서

장세환2026년 5월 28일 오후 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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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망할 세상에서 사랑이라니.jpg출판사 제공

돌고래 출판사에서 출간된 딘 스페이드의 『이 망할 세상에서 사랑이라니!』는 연애와 사랑을 단순한 개인적 감정이 아니라 사회적·정치적 맥락 속에서 다시 바라보게 하는 책이다. 저자는 지난 25년간 국가폭력, 빈곤, 젠더 규범 철폐 등 다양한 사회운동에 헌신해 온 활동가로, 그 경험을 토대로 사적 관계에서도 정의와 원칙을 실천하려는 고민을 담아냈다.

책은 우리가 내면화한 ‘로맨스 신화’를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로맨스 신화는 사랑을 영원하고 배타적인 것으로 규정하며, 사랑받는다는 것은 곧 누군가에게 속하거나 소유되는 것이라고 가르친다. 이런 사고방식은 결핍과 불안을 끊임없이 자극하고, 관계를 고정된 틀에 가두며, 결국 갈등과 소통을 어렵게 만든다. 저자는 “파트너는 희소한 자원이며 단 한 명의 천생연분이 존재한다”는 믿음이 소비문화와 억압적 규범을 강화한다고 지적한다.

책은 또한 우리가 관계 속에서 반복하는 갈등의 패턴을 짚어낸다. 어린 시절 경험이 무의식적으로 낭만적 관계에 투사되며 강렬한 끌림과 갈등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는 점, 그리고 이런 관계가 치유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저자는 두려움을 마주하고 “좋다/싫다”를 솔직히 말할 용기, 경계를 세우고 존중하는 능력, 비폭력적 대화와 연민을 통한 갈등 해결을 제안한다.

특히 이 책은 관계를 ‘영원’이라는 자본주의적 판타지로 고정시키는 대신, 흔들리고 변하고 끝나기도 하는 살아 있음의 일부로 받아들이자고 말한다. 우정과 사랑, 돌봄이 뒤섞인 위계 없는 다채로운 관계, 배타성이 아닌 다자적 지지 체계를 통해 서로를 소유하지 않고도 깊이 연결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 망할 세상에서 사랑이라니!』는 단순한 연애 지침서가 아니다. 두려움과 불안을 넘어, 서로를 이해하고 돌보며 자유롭게 연결되기 위한 혁명적 가이드다. 오늘날 외로움과 고립이 세계적 사회문제로 부상하는 시대에, 이 책은 사랑과 관계를 새롭게 사유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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