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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듣는 예술 『듣기의 기술』 출간 (에리히 프롬, 마주)

정신분석가 프롬이 남긴 마지막 유고, 인간을 이해하는 길

장세환2026년 5월 28일 오후 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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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의 기술.jpg출판사 제공

『사랑의 기술』, 『소유냐 존재냐』로 잘 알려진 인문학자 에리히 프롬은 평생 동안 사랑과 자유, 인간 소외의 문제를 탐구했지만, 정작 자신이 가장 오래 몰두했던 정신분석 치료에 관한 저술은 남기지 못했다. 『듣기의 기술』은 그 빈자리를 채우는 유고로, 1974년 스위스 로카르노에서 진행된 세미나의 녹취록과 미완성 원고를 엮어낸 책이다.

프롬에게 정신분석은 단순히 질환을 치료하는 기술이 아니었다. 그는 그것을 한 사람이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내적 자유에 이르도록 돕는 과정으로 보았다. 환자의 어린 시절이나 성격만이 아니라, 그가 살아온 사회적 맥락과 관계, 시대의 압력까지 함께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프롬의 치료 철학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여준다.

책에는 환자들의 사례와 꿈 해석, 치료자와 내담자의 관계, 마음의 저항을 다루는 방법 등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특히 ‘크리스티아네’라는 여성의 사례를 분석하는 장면은 세미나 현장의 긴장감과 프롬의 날카로운 질문을 그대로 전한다. 그는 꿈이 낮에는 인정하지 못하는 진실을 밤마다 말해준다고 설명하며, 분석가가 해야 할 일은 단순히 환자의 말을 오래 듣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숨은 두려움과 방어, 반복되는 삶의 패턴을 함께 찾아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프롬은 현대인의 고통을 ‘세기의 불안’으로 진단했다. 겉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삶에서 의미와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막연한 불안, 풍요 속에서도 불행한 감각을 그는 날카롭게 짚어낸다. 자기 문제에만 몰두하는 것은 최악의 치유법이라며, 세상과 관계 맺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며 매일의 자기 분석을 실천할 것을 권한다. 반세기 전의 진단이지만, 오늘날 스마트폰 속에 갇혀 자기 자신만 들여다보는 우리의 모습과 놀라울 만큼 겹친다.

『듣기의 기술』은 단순한 상담 기법서가 아니다. 인간을 깊이 이해하는 태도, 마음을 듣는 예술에 관한 책이다. 프롬은 “인생은 어떻게 풍요로워질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고통을 회피하지 않고 삶의 아름다움과 흥미를 적극적으로 경험하는 것이 답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현대인의 심리적 고통을 들여다본 임상 기록이자,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듣고 다룰 것인가에 대한 프롬의 마지막 대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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