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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이 싫어하는 일은 하지 않는다”, 『두근두근 노인 돌봄』 출간(미요시 하루키·조승미, 동녘)

치료보다 삶, 매뉴얼보다 상상력을 말하는 돌봄 입문서

장세환2026년 5월 27일 오후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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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노인 돌봄.jpg출판사 제공

초고령사회라는 말이 더는 낯설지 않은 시대다. 치매와 돌봄, 요양과 간병은 이제 특정 가정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마주한 현실이 됐다. 『두근두근 노인 돌봄』은 그 현실 앞에서 “어떻게 돌볼 것인가”보다 먼저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를 묻는 책이다.

동녘에서 출간한 『두근두근 노인 돌봄』은 일본 고령자 돌봄 현장의 대표적 실천가 미요시 하루키가 50년에 가까운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한 돌봄 입문서다. 일본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이후 돌봄 패러다임을 바꾸는 데 큰 영향을 준 인물로 평가받는 저자는, 이 책에서 돌봄을 단순한 기술이나 관리가 아닌 ‘삶의 회복’으로 바라본다.

책이 강조하는 핵심 원칙은 의외로 단순하다.

“노인이 싫어하는 일은 하지 않는다.”

그러나 저자는 이 단순한 원칙을 지키는 일이야말로 가장 어렵고도 창의적인 돌봄이라고 말한다. 치매 노인이 목욕을 거부할 때 억지로 밀어붙이는 대신 왜 싫어하는지 상상하고, 불안을 줄일 방법을 궁리하는 일. 반복해서 집에 가야 한다고 말하는 노인을 붙잡거나 진정시키기보다 그 사람이 무엇을 호소하는지 귀 기울이는 일이 바로 돌봄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특히 책은 치매를 단지 뇌의 질환으로만 보지 않는다.

“우리의 관심사는 뇌가 아니라, 그 뇌가 만들어내고 있는 세계입니다.”

이 문장은 책 전체를 관통하는 시선이기도 하다. 저자는 치매 노인의 말과 행동을 ‘문제 행동’으로 규정하기보다 하나의 신호와 소통 방식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갑작스러운 고함이나 배회 역시 억눌러야 할 증상이 아니라, 몸의 불편함과 불안을 표현하는 언어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책에는 실제 현장에서 벌어진 다양한 사례도 담겼다. 러시아에 가야 한다며 저녁마다 밖으로 나가려는 노인에게 “오늘은 러시아가 외출 중”이라고 응수해 자연스럽게 마음을 돌리는 장면, 수액 치료를 거부하는 입소자를 억지로 묶는 대신 직원들이 돌아가며 손을 잡아주는 이야기 등은 돌봄이 매뉴얼보다 상상력과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미요시 하루키는 의료와 돌봄의 차이도 분명히 짚는다.

“의료와 재활이 ‘인체’를 다루는 일이라고 한다면, 돌봄은 ‘인생’을 다루는 일”이라는 대목은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문장 가운데 하나다.

또한 저자는 돌봄 노동자들에게 무조건적인 희생과 윤리를 강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학대에 이르지 않기 위해서는 추상적인 도덕 교육보다 구체적인 돌봄 기술과 생활 관리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변비와 불면, 불안 같은 일상의 문제를 세심하게 살피는 것만으로도 돌봄의 많은 갈등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두근두근 노인 돌봄』은 돌봄 종사자뿐 아니라 가족을 간병하는 이들, 나이 듦과 치매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도 깊은 질문을 던진다. 돌봄은 누군가를 관리하거나 통제하는 일이 아니라, 한 사람의 시간을 함께 살아내는 일이라는 사실을 책은 차분하게 일깨운다.

“돌봄은 타임머신입니다.”라는 저자의 문장처럼, 이 책은 결국 우리 자신의 미래를 미리 들여다보게 만드는 기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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