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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하게 살수록 더 가난해진다”, 『청년 파산』 출간(박기태, 메디치미디어)

벼랑 끝에 몰린 2030의 빚과 회생을 기록한 한국 사회 보고서

장세환2026년 5월 27일 오후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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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파산.jpg출판사 제공

“빚은 당신의 죄가 아니다.”
회생·파산 전문 변호사 박기태가 신간 『청년 파산』에서 던지는 이 문장은 지금 한국 사회 청년 세대의 현실을 정면으로 겨눈다.

메디치미디어에서 출간한 『청년 파산』은 급증하는 2030 세대의 회생·파산 문제를 현장 사례와 통계, 법률적 분석을 통해 추적한 사회 비평서다. 저자는 실제 상담 현장에서 만난 청년들의 삶을 토대로, 왜 오늘의 청년들이 “성실하게 살아갈수록 경제적 벼랑 끝으로 밀려나는가”를 집요하게 파헤친다.

책에 따르면 2025년 기준 개인회생 신청자 가운데 2030 청년 비중은 45%를 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저자는 이를 단순한 개인 실패가 아니라 “공동체의 가장 약한 고리가 끊어지는 구조적 재난”이라고 진단한다.

『청년 파산』은 학자금 대출과 전세 사기, 코인 투자와 보이스피싱, 플랫폼 노동과 고립·은둔 문제까지 청년 부채를 둘러싼 한국 사회의 풍경을 촘촘하게 이어 붙인다. 특히 “노동 소득이 자산 상승을 결코 따라잡을 수 없는 절망의 공식”이라는 표현처럼, 노력만으로는 미래를 복구할 수 없는 구조 자체를 문제 삼는다.

저자는 기성세대가 청년들의 영끌과 코인 투자를 무책임한 투기로 바라보는 시선에도 반문을 던진다.
“이 방법으로는 영원히 따라잡을 수 없다.”
책 속 청년들의 절망은 단순한 소비 욕망이 아니라 생존 감각에 가깝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회생·파산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이다. 그는 빚을 도덕적 실패로 규정하는 오래된 인식을 정면으로 비판한다. 은행이 이미 이자 안에 리스크 비용을 포함해 운영되는 구조라면, 회생과 파산 역시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 예정된 안전장치라는 주장이다.

책은 “회생과 파산 제도는 국가가 불쌍하니까 빚을 깎아주는 시혜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도산법은 실패한 사람을 사회 밖으로 밀어내는 장치가 아니라, 다시 일어설 기회를 제공하는 재기의 시스템이라는 설명이다.

박기태 변호사는 10년 넘게 회생·파산 사건을 맡아 온 도산 전문 변호사다. 대학 시절부터 노숙인 지원 활동을 이어 왔으며,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 상당수가 감당할 수 없는 빚 때문에 삶이 무너졌다는 사실을 목격한 뒤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책 후반부에는 청년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9가지 정책 제안도 담겼다. 불법 브로커 퇴출, 추심 즉각 중지 제도, 긴급 생계비 지원, 금융기관 책임 강화, 청년 신용 회복 시스템 구축 등 현실적 대안들을 함께 제시한다.

『청년 파산』은 단순한 경제서나 법률 안내서에 머물지 않는다. 이 책은 실패를 개인의 낙오로 몰아붙이는 사회가 결국 얼마나 많은 사람을 무너뜨리는지 기록한다. 동시에 다시 시작할 권리조차 허락하지 않는 사회는 미래를 잃게 된다는 사실을 묵직하게 되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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