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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은 왜 스스로 무너지는가”, 『복잡 사회의 붕괴』 출간(조지프 A. 테인터, 에코리브르)
로마와 마야 문명에서 오늘의 산업 사회까지, 붕괴의 법칙을 추적한 현대 고전
출판사 제공
로마 제국과 마야 문명은 왜 사라졌을까. 외부 침략 때문이었을까, 재난 때문이었을까. 『복잡 사회의 붕괴』는 그 익숙한 질문을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밀어붙인다. 조지프 A. 테인터는 사회의 붕괴를 “수지가 맞지 않게 된 복잡성의 결과”라고 설명한다.
에코리브르에서 출간된 『복잡 사회의 붕괴』는 1988년 초판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읽혀 온 사회학·문명사 분야의 대표적 고전이다. 저자는 사회의 발전과 붕괴를 단순한 재난이나 우연한 사건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가 점점 더 복잡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 자체가 결국 붕괴를 불러온다고 주장한다.
책은 로마 제국, 마야 문명, 차코 문명 등 역사 속 대표 사례들을 분석하며 “복잡성 증가의 한계 수확 감소”라는 개념을 중심축으로 삼는다. 사회는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더 많은 행정 조직과 군사 체계, 정보 처리 구조와 전문화를 구축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투자 대비 효율이 급격히 떨어진다. 복잡성을 유지하는 비용이 사회 전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순간, 붕괴는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결과로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 책이 지금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과거 문명만 다루지 않기 때문이다. 테인터는 현대 산업 사회 역시 같은 법칙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말한다. 화석연료 의존, 끝없이 팽창하는 행정 체계, 경제 성장 둔화, 연구 개발 비용 증가 등 오늘의 현실 역시 복잡성의 비용을 계속 떠안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복잡성에 투자해 이익을 얻을 수 없을 때 사회는 붕괴한다”고 단언한다.
이 문장은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이자, 오늘의 독자들에게 가장 불편한 질문으로 남는다.
흥미로운 점은 테인터가 붕괴를 반드시 비극으로만 보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는 붕괴를 “효율이 떨어진 시스템이 낮은 수준의 복잡성으로 되돌아가는 과정”으로 해석한다. 거대한 제국과 문명은 영원하지 않으며, 인류 역사에서 오히려 단순한 사회 구조가 더 오래 지속돼 왔다는 시선이다.
책은 자원 고갈론, 재난론, 외부 침략론 같은 기존 붕괴 이론들을 검토하고 반박하면서, 경제학의 ‘한계 수확 체감 법칙’을 사회 전체에 적용한다. 농업 생산, 에너지, 정보 처리, 군비 경쟁, 행정 시스템 등 다양한 영역을 통해 복잡성이 어떻게 스스로 무게를 키워 가는지를 구체적으로 분석한다.
조지프 A. 테인터는 미국 유타대학교 생태학 센터 환경사회학과 교수로, 문화인류학과 지속가능성 연구를 바탕으로 사회 붕괴 문제를 장기간 연구해 왔다. 이번 번역은 지정학 전공자인 이대희 부경대학교 명예교수가 맡았다.
『복잡 사회의 붕괴』는 단순한 역사 교양서가 아니다. 기후위기와 에너지 전환, 행정 비대화와 성장 둔화, 세계적 갈등과 불안정성이 커지는 시대에 지금 우리가 서 있는 문명의 구조를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책이다. 발전은 끝없이 가능하다는 믿음 아래 살아온 현대 사회에, 이 책은 조용하지만 묵직한 질문 하나를 남긴다. 지금 우리의 복잡성은 과연 얼마나 지속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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