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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말 한마디가 관계를 바꾼다”, 『단어의 쓸모』 출간(차민진, 21세기북스)
‘결정장애’ 대신 더 다정한 말은 없을까… 일상을 바꾸는 어휘의 힘
출판사 제공
“그건 별론데요.” 아무 생각 없이 던진 말 한마디에 상대의 표정이 굳는다. “결정장애 있냐?”라는 농담이 누군가에겐 상처로 남는다. 말은 가볍게 흘러가지만, 단어는 오래 남는다. 『단어의 쓸모』는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표현들을 다시 들여다보며, 관계와 태도를 바꾸는 ‘어휘의 힘’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21세기북스에서 출간한 『단어의 쓸모』는 유튜브와 SNS에서 ‘랜선 국어쌤’으로 알려진 밍찌, 차민진 작가의 첫 어휘 교양서다. 누적 조회수 4억 뷰, 41만 구독자를 기록한 콘텐츠 ‘으른어휘’ 시리즈를 바탕으로, 일상 속 언어를 조금 더 정확하고 품위 있게 다듬는 방법을 담았다.
저자는 어휘력을 단순히 “단어를 많이 아는 능력”이 아니라 “상황에 맞게 정확한 말을 꺼내 쓸 수 있는 감각”이라고 설명한다. 같은 마음도 어떤 단어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온도로 전달된다는 것이다.
책은 특히 우리가 익숙하게 사용해온 표현들의 숨은 결을 섬세하게 짚어낸다. 대표적인 예가 ‘결정장애’라는 표현이다. 저자는 “장애는 누군가의 삶의 조건이자 정체성이지, 우리가 점심 메뉴를 고르지 못하는 사소한 머뭇거림을 수식하기 위해 빌려 쓸 도구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이어 “무심코 던진 단어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소외감을 줄 수 있다”며, 익숙한 유행어 대신 더 정확하고 다정한 우리말 표현을 제안한다.
책은 단순한 맞춤법 교양서에 머물지 않는다. ‘꼰대’라는 단어의 어원부터 ‘풋낯’처럼 잊혀진 아름다운 우리말, 직장인의 신뢰를 높이는 표현법까지 언어와 문화, 사회 감각을 함께 풀어낸다.
특히 “얼굴만 아는 어정쩡한 사이”를 설명하는 단어로 소개한 ‘풋낯’은 책의 분위기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저자는 “풋사과처럼 아직 여물지 않은 관계를 뜻하는 말”이라며, 단어 하나에도 사람 사이의 미묘한 온도가 담겨 있다고 설명한다.
업무 현장에서 쓰는 말에 대한 조언도 눈길을 끈다. “일정이 바트합니다” 같은 잘못된 표현 대신 “바특하다”라는 정확한 단어를 소개하며, 말의 정확성이 곧 전문성과 연결된다고 짚는다. “업무에 치여 정신줄은 바짝 졸아들지언정, 품위까지 졸여버릴 순 없으니까요”라는 문장은 저자 특유의 재치도 드러낸다.
『단어의 쓸모』는 총 5장으로 구성됐다. 일상 말투를 다듬는 방법부터 관계 어휘, 직장 생활 표현, 시사 어휘, 품격 있는 고급 어휘까지 단계적으로 확장된다. 발표와 보고서가 부담스러운 대학생, 메일 한 줄에도 고민이 많은 직장인, SNS 시대에 자신의 말투와 표현을 돌아보고 싶은 독자들을 폭넓게 겨냥한다.
무엇보다 이 책은 언어를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태도의 문제로 바라본다. 어떤 단어를 쓰는가는 결국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가와 연결된다는 것이다.
추천사를 쓴 방송인 이금희는 “단어 하나를 더 알고 어휘 하나를 더 갖춘다는 건 새로운 길을 여는 일”이라고 말한다.
짧고 자극적인 말이 빠르게 소비되는 시대다. 『단어의 쓸모』는 그 속도에서 잠시 벗어나, 우리가 어떤 말을 선택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를 천천히 돌아보게 만든다. 어쩌면 사람의 품격은 거창한 문장이 아니라, 평범한 대화 속 단어 하나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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