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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대체할 수 없는 마지막 노동은 무엇인가”, 『사람의 마지막 직업』 출간(앨리슨 J. 퓨·김재경, 추수밭)

효율과 자동화의 시대…‘연결노동’이라는 인간다움의 가치를 묻다

장세환2026년 5월 26일 오후 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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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지막 직업.jpg출판사 제공

인공지능이 글을 쓰고 상담을 하고, 병원 예약부터 고객 응대까지 처리하는 시대다. 사람들은 이제 “어떤 직업이 살아남을까”를 묻는다. 하지만 『사람의 마지막 직업』은 질문 자체가 틀렸다고 말한다. 살아남는 것은 특정 직업이 아니라, 인간과 인간을 이어주는 ‘연결노동’이라는 것이다.

추수밭에서 출간한 이 책은 미국 사회학자 앨리슨 J. 퓨가 간호사, 교사, 상담사, 목사, 코치 등 100여 명의 노동자들을 300시간 넘게 인터뷰하며 써 내려간 연구서다. 기술과 자동화가 사회 전반을 뒤덮는 시대에도 끝내 인간에게 남겨질 노동의 의미를 탐색한다.

저자는 연결노동을 “상대방의 마음을 읽고, 그렇게 이해한 바를 거울처럼 비추어주는 일”이라고 정의한다. 상담과 돌봄, 교육 같은 분야는 물론이고 매니저, 판매원, 법률가, 경찰 업무까지도 결국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감정적·관계적 노동 위에서 작동한다는 설명이다.

책은 무엇보다 이 노동이 “너무나 특별하고 중요하지만 눈에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인정과 보상을 거의 받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여성 노동으로 치부되며 과소평가돼온 현실을 함께 짚어낸다.

인상적인 대목은 AI 시대의 불안을 단순한 기술 공포로 다루지 않는 점이다. 저자는 자동화가 인간을 완전히 대체하는 미래보다, 인간이 점점 “대본화되고 형식화된 관계” 속에 갇히는 상황을 더 위험하게 바라본다.

책 속 간호사 사례는 이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보험사들은 의료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간호사의 상담 업무를 자동화하려 한다. 그러나 저자는 문제의 핵심이 사람 부족 자체가 아니라 “사람에게 충분한 시간과 관계를 허락하지 않는 시스템”에 있다고 말한다. “사람한테는 월급을 줘야 하잖아요”라는 인터뷰 속 냉정한 문장은 오늘의 노동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또 다른 장면에서는 노숙인의 발을 씻겨주는 간호사 ‘버디’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는 단순한 치료가 아니라 “제가 당신을 보고 있어요. 당신을 인정하고 있어요”라는 경험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바로 그 순간이 연결노동의 본질이라고 설명한다. 인간을 효율의 대상이 아니라 존엄한 존재로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힘이라는 것이다.

플랫폼 노동과 긱 경제에 대한 분석도 눈길을 끈다. 단기 계약과 반복되는 교체 구조 속에서 사람들은 점점 서로를 “일회용 관계”로 대하게 된다. 저자는 이런 환경이 결국 인간적 연결 자체를 소모시키고 있다고 경고한다.

책의 후반부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으로 나아간다. 기술이 인간의 시간을 절약하는 방향으로만 발전할 때, 우리는 과연 무엇을 잃고 있는가. 저자는 “효율성을 위해 선택한 대본화와 자동화가 오히려 인간을 로봇처럼 만든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책이 제안하는 미래는 의외로 단순하다. 더 많은 연결, 더 많은 접촉, 더 많은 대화다. 저자는 “헤드폰을 끼고 모든 사람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는 사회” 대신, 서로의 감정과 고통을 읽어내는 사회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한다.

536쪽에 달하는 이 책은 AI 비관론이나 기술 혐오에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노동이 왜 단순한 생산성을 넘어 관계와 존엄의 문제인지 차분하게 묻는다. 자동화가 빠르게 세상을 재편하는 지금, 책은 인간이 끝내 포기해서는 안 되는 마지막 영역을 조용히 가리킨다. 바로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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