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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모난 화면이 세상을 바꿨다”, 『네모 속에 펼쳐진 세상』 출간(강대호, 인물과사상사)
아이돌부터 AI까지…한국 대중문화를 움직이는 욕망과 권력의 구조를 읽다
출판사 제공
손바닥 안 작은 화면이 일상이 된 시대다. 사람들은 스마트폰 속 짧은 영상에 웃고 울고, 응원봉 하나로 광장을 밝히며, 현실의 연예인과 가상 아이돌을 같은 마음으로 소비한다. 『네모 속에 펼쳐진 세상』은 바로 그 ‘네모난 화면’ 안에서 움직이는 한국 대중문화의 구조와 욕망을 읽어내는 책이다.
인물과사상사에서 출간한 이 책은 대중문화 평론가 강대호가 텔레비전과 라디오 시대부터 OTT, 유튜브, AI 콘텐츠 시대로 이어지는 흐름을 따라가며 한국 사회의 변화상을 분석한 문화 비평서다. 단순한 연예계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날 한국 사회가 무엇을 소비하고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대중문화라는 창을 통해 들여다본다.
저자는 대중문화를 “세상의 변화를 가장 민감하게 반영하는 네모난 화면 속 세계”로 바라본다. 책은 AI 기술이 방송 제작 현장에 깊숙이 들어온 현실부터 가상 아이돌 열풍, 팬덤 정치, 연예기획사 시스템, 플랫폼 변화까지 폭넓게 다룬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AI와 버추얼 콘텐츠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저자는 현실 아이돌과 달리 “스캔들이 없고 완벽한 이미지를 유지할 수 있는 가상 아이돌”이 강력한 상품성을 가지게 됐다고 분석한다. 동시에 인간 아이돌의 비인간화, 저작권 문제, 현실과 가상의 경계 붕괴 같은 새로운 윤리적 질문도 함께 제기한다.
책은 한국형 아이돌 시스템을 단순한 성공 산업으로만 설명하지 않는다. 연습생 발굴과 훈련, 데뷔 경쟁, 팬덤 산업 구조까지 이어지는 흐름을 통해 K팝이 어떻게 세계적 영향력을 갖게 되었는지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화려한 무대 뒤에 놓인 경쟁과 불안, 이미지 관리와 감정 노동의 구조 역시 함께 드러낸다.
OTT와 유튜브가 만든 변화도 주요하게 다뤄진다. 방송사가 콘텐츠 권력을 독점하던 시대가 저물고, 이제는 개인 채널과 SNS 게시물 하나가 거대한 영향력을 갖는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저자는 “연예인 SNS에 오른 글도 뉴스가 되는 세상”이라는 표현으로, 플랫폼 변화가 언론과 대중의 관계까지 어떻게 뒤흔들었는지를 짚는다.
무엇보다 이 책이 흥미로운 이유는 팬덤을 단순한 취향 공동체로 보지 않는 데 있다. 과거 ‘오빠부대’에서 출발한 팬 문화가 오늘날에는 소비와 홍보, 사회 참여까지 움직이는 거대한 조직적 힘으로 변모했다는 분석이다. 응원봉 문화와 광장의 집단 경험을 연결해 읽어내는 대목에서는, 대중문화가 더 이상 오락에 머물지 않는 시대의 분위기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저자는 대중문화를 산업과 기술, 감정과 정치가 교차하는 공간으로 해석한다. 연예기획사는 “꿈과 환상을 생산하는 현대 자본주의의 상징적 공간”으로, 팬덤은 “정체성과 연대감을 공유하는 새로운 사회 집단”으로 설명된다.
음반 제작기획사와 엔터테인먼트 업계, 콘텐츠 산업 현장을 두루 경험한 저자의 이력도 책의 강점으로 작용한다. 현장 경험과 평론가의 시선이 결합되며, 단순한 현상 나열이 아니라 왜 한국 대중문화가 지금의 모습으로 변화했는지를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296쪽 분량의 이 책은 K팝과 예능, OTT와 유튜브, AI와 팬덤이라는 익숙한 키워드를 통해 결국 “오늘의 한국 사회”를 이야기한다. 화면 속 네모가 더 이상 단순한 오락 장치가 아니라, 우리의 감정과 관계, 정치와 소비까지 움직이는 거대한 현실이 되었음을 책은 집요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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