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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안전벨트는 ‘매고’ 가방은 ‘메는’ 걸까”, 『한글의 한 끗』 출간(임가영, 정한책방)

무심코 쓰던 우리말의 미세한 차이…한국어 속 감각과 문화 읽어내는 언어 교양서

장세환2026년 5월 26일 오후 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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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의한 끗.jpg출판사 제공

우리는 매일 한국어를 쓰지만, 정작 말의 결을 설명해 보라고 하면 쉽게 막힌다. 안전벨트는 왜 ‘매다’라고 하고, 가방은 왜 ‘메다’라고 할까. 환경은 ‘보전’하면서 문화재는 왜 ‘보존’한다고 할까. 너무 익숙해서 오히려 설명하기 어려웠던 한국어의 미세한 차이를 파고드는 책이 나왔다.

정한책방이 펴낸 『한글의 한 끗』은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저자 임가영이 학생들에게서 받은 질문을 출발점 삼아 우리말의 감각과 구조를 풀어낸 언어 교양서다. 모국어 사용자라면 당연하게 지나쳤던 표현들을 낯설게 바라보며, 단어 속에 숨어 있는 문화와 정서를 다시 읽어낸다.

책은 단순한 맞춤법이나 문법 설명에 머물지 않는다. ‘결재’와 ‘결제’처럼 자주 헷갈리는 단어부터 ‘효도 관광’은 자연스럽지만 왜 ‘효도 여행’은 어색하게 들리는지, ‘우리 남편’이라는 표현에는 어떤 공동체 감각이 숨어 있는지까지 일상 언어 속 한국 사회의 사고방식을 세밀하게 짚는다.

저자는 외국인 학습자들의 질문이야말로 한국어를 새롭게 바라보게 만든 계기였다고 말한다. 익숙함에 가려져 있던 언어의 특징이 낯선 시선 앞에서 비로소 드러났다는 것이다.

책 속 문장들도 이런 관찰의 힘을 보여준다. 저자는 “습관과 버릇은 사라지는 과정에도 차이가 난다”고 설명하며, 좋은 습관은 쉽게 무너지지만 버릇은 몸에 깊게 남는다고 분석한다. 또 “사건”과 “사고”의 차이를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사건은 책임과 원인을 규명하는 방향으로, 사고는 피해 수습과 복구 중심으로 사용된다고 짚는다.

생활 속 표현을 해부하는 시선도 흥미롭다. “효도 관광은 자연스럽고 효도 여행은 어색한 이유”를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관광이라는 단어에 ‘모시는 사람의 책임’과 ‘짜인 일정’의 뉘앙스가 담겨 있다고 말한다. 단어 하나가 품고 있는 사회적 관계와 정서의 층위를 읽어내는 셈이다.

“창피하다”라는 표현을 풀어내는 대목도 인상적이다. 저자는 “창피하다”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남들 보기가 민망한 상태’를 포함하는 감정이라며, 슬리퍼와 운동화를 짝짝이로 신고 나온 사람을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까지 있어야 비로소 ‘창피’의 감각이 완성된다고 설명한다.

광주과학기술원에서 생명과학을 전공하고 연구원으로 일했던 저자는 현재 대학에서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과학자의 관찰력과 문학적 감수성을 함께 지닌 시선으로 우리말의 ‘한 끗 차이’를 포착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추천사 역시 책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소설가 김이설은 “느낌적인 느낌으로만 알고 사용하던 한국어의 미묘한 차이를 꼼꼼하게 살펴보는 즐거움이 있다”고 평했고, 고경민은 “무심코 지나쳤던 말의 틈새마다 촘촘히 박힌 우리의 정서와 문화 지층을 담아냈다”고 말했다.

『한글의 한 끗』은 결국 언어를 배우는 책이라기보다,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관계 맺는지를 다시 들여다보게 만드는 책에 가깝다. 익숙했던 말 한마디가 갑자기 낯설고 새롭게 들리는 순간, 독자는 자신도 몰랐던 한국어의 깊이를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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