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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성이라는 이름 아래 숨겨진 충돌, 『ESG 딜레마』 출간(양세훈, 이담북스)

“좋은 의도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환경과 성장 사이 한국 사회의 불편한 질문들

최준혁2026년 5월 26일 오후 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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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딜레마.jpg출판사 제공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플랫폼 노동과 초저가 소비, 재생에너지와 지역 갈등까지. ‘지속 가능성’이라는 이름 아래 한국 사회가 맞닥뜨린 충돌과 균열을 정면으로 다룬 책이 출간됐다. 이담북스는 양세훈의 『ESG 딜레마 ― 지속 가능성을 위한 불편한 질문들』을 펴냈다고 밝혔다.

책은 ESG를 단순한 기업 유행어나 투자 기준으로 소비하지 않는다. 대신 환경과 성장, 편리함과 책임, 현재의 이익과 미래의 생존이 충돌하는 현실의 문제를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추적한다. 저자는 “ESG는 선언이 아니라 충돌의 현장에서 시작된다”고 말하며, 우리가 지속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동안 누구에게 비용과 희생이 전가되고 있는지 질문을 던진다.

양세훈 저자는 한국외국어대학교 행정학 박사로, 현재 GFI미래정책연구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다. 공공 ESG와 지방정부 정책, 지속 가능성 분야를 연구해온 그는 이번 책에서 ESG를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의 규칙과 질서를 바꾸는 과정으로 바라본다.

책은 배달 플랫폼과 일회용품 문제에서 시작해 연금 투자, 국회 정책, 재생에너지 갈등, 지역사회 문제까지 폭넓게 다룬다. “홈런 치기 전에 쌓여가는 컵·치킨 박스”, “시장만으로 못 막는 불길, 구원투수 ESG 행정” 같은 장 제목만으로도 현실과 맞닿은 문제의식을 드러낸다.

특히 저자는 ESG를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친환경 소비를 말하면서도 배달앱의 편리함을 포기하지 못하는 현실, 재생에너지를 지지하면서도 송전망 건설에는 반대하는 지역 갈등, 지속 가능성을 외치면서 값싼 소비를 선택하는 사회의 모순을 함께 들여다본다.

책 속 문장도 묵직하다. “지속 가능성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는 누군가의 비용과 희생을 너무 쉽게 외면했던 건 아닐까?”라는 질문은 ESG 담론 이면에 놓인 불편한 현실을 정면으로 겨눈다.

저자는 공공행정 영역에서의 ESG도 비중 있게 다룬다. 국회와 지방정부, 공공기관이 ESG를 어떻게 정책과 제도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는지 분석하면서, ESG가 더 이상 기업 보고서 속 개념이 아니라 국가 운영의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ESG 시키는 정부 vs ESG 하는 기업”, “통제의 G에서 벗어나 진짜 거버넌스 찾기” 같은 장에서는 행정과 시장의 긴장 관계도 짚어낸다.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건 ‘딜레마’라는 표현이다. 책은 ESG를 만능 해법처럼 제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모든 선택에는 충돌과 비용이 뒤따른다는 점을 강조한다. 환경 보호를 위해 소비를 줄이면 산업과 일자리가 흔들리고, 성장 중심 정책을 유지하면 기후위기의 부담이 커진다. 저자는 바로 이 복잡한 현실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ESG 딜레마』는 ESG를 둘러싼 피로감과 혼란 속에서 보다 현실적인 시선으로 지속 가능성을 바라보게 만드는 책이다. 단순한 찬반 논쟁을 넘어, 앞으로 한국 사회가 어떤 선택과 재설계를 요구받게 될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지속 가능성이라는 말이 어느새 일상이 된 시대. 이 책은 그 단어 뒤에 숨겨진 질문들을 다시 꺼내 독자 앞에 올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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