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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의 기억 끝에 남은 네 여자의 생존, 『우리는 한때 같은 성에 살았고』 출간(김희재, 다산책방)
상처와 망각, 침묵과 구원의 시간을 따라가는 연작소설
출판사 제공
2023년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탱크』로 강한 인상을 남긴 김희재 작가가 새 장편으로 돌아왔다. 다산책방은 김희재의 신작 『우리는 한때 같은 성에 살았고』를 오는 20일 출간한다고 밝혔다.
이번 작품은 폭력의 기억 속에서 살아남은 네 여자의 삶을 따라가는 연작소설이다. 서로 다른 상처를 품은 인물들이 기억과 망각 사이를 오가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생존을 이어가는 과정을 담았다. 제목 속 ‘성’은 누군가에게는 보호의 공간이지만 동시에 빠져나오기 어려운 감옥이 되기도 하는 장소다. 작품은 그 이중적인 공간 안에 갇힌 사람들의 내면을 집요하게 따라간다.
소설은 「우리는 한때 같은 성에 살았고」, 「돌들을 주우러」, 「그곳에 두고 온 사람은」,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방법」까지 네 편의 이야기로 구성됐다. 각 인물의 기억은 따로 흩어져 있는 듯 보이지만 점차 서로의 상처와 연결되며 하나의 거대한 감정 구조를 형성한다. 폭행과 방치, 침묵과 죄책감, 그리고 오래 남는 공포가 인물들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 조용한 문장으로 밀어붙인다.
특히 작품은 폭력을 자극적으로 소비하지 않는다. 사건 자체보다 그 이후 남겨진 흔적에 시선을 오래 머문다. “악몽의 소리는 고막에 깊게 새겨졌고, 사는 내내 귓속에서 울렸습니다”라는 문장처럼, 인물들은 끝난 사건보다 끝나지 않는 기억 속에서 살아간다. 기억은 희미해져도 감각은 남고, 삶은 그 잔향 위에서 계속 흔들린다.
등장인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무너진 삶을 견딘다. 기억을 잃어가면서도 특정 이름 하나를 끝내 놓지 못하는 신영, 흐릿한 기억을 그림으로 복원하려는 화가 이소, 폭력 이후 ‘돌보는 삶’을 선택한 성희, 그리고 침묵 끝에 어떤 결단을 내리는 주연까지. 작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상처 입은 사람들이 서로를 어떻게 붙들고 살아가는지를 보여준다.
문학평론가와 작가들의 추천도 이어졌다. 소설가 편혜영은 “삶은 무엇을 기억하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끝내 잊지 못하느냐로 이루어져 있다는 듯하다”고 평했고, 강화길 소설가는 “서로가 서로를 구원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에 이 소설의 인물들이 서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한때 같은 성에 살았고』는 폭력과 트라우마를 다루지만 단순히 상처를 증명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기억을 안고도 살아가려는 사람들의 움직임, 무너지지 않기 위해 서로에게 손을 내미는 순간들을 끝까지 따라간다. 잊으려 할수록 더 선명해지는 기억의 얼굴 앞에서, 이 소설은 오래 침묵해온 감정들을 조용히 끌어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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