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상세

newbooks

“한 그릇의 음식으로 읽는 산업과 문화”, 『라면의 과학』 출간(지영준, 깊은나무)

꼬불꼬불한 면발 속에 숨겨진 과학과 한국 라면의 진화

장세환2026년 5월 15일 오후 2:37
149

라면의 과학.jpg출판사 제공

한국인의 일상에서 가장 익숙한 음식 가운데 하나인 라면을 과학과 인문학의 시선으로 풀어낸 책 『라면의 과학』이 출간됐다. 라면 평론가로 활동해 온 지영준 작가는 이번 책에서 단순한 인스턴트 식품으로 여겨졌던 라면을 기술과 산업, 문화와 시대가 응축된 결과물로 해부한다.

책은 “왜 라면 면발은 꼬불꼬불할까?”라는 익숙한 질문에서 출발한다. 저자는 세계 최초의 인스턴트 라면이 어떤 문제의식 속에서 탄생했는지부터, 한국전쟁 이후 식량난과 산업화를 거치며 라면이 어떻게 국민 음식으로 자리 잡았는지까지 촘촘하게 짚어낸다. 이제는 세계 시장에서 ‘K라면’이라는 이름으로 소비되는 흐름까지 이어가며, 라면 한 그릇이 시대 변화와 어떻게 맞물려 왔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라면을 이루는 요소들을 과학적으로 설명한다는 점이다. 면의 조직 구조와 유탕 공정, 밀가루의 성질, 감칠맛을 만드는 스프의 배합 원리까지 어렵지 않은 언어로 풀어낸다. 저자는 꼬불꼬불한 면발의 이유에 대해 “면이 서로 덜 들러붙고 국물이 잘 스며들며 충격에도 덜 부서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익숙했던 형태에도 치밀한 설계가 숨어 있음을 전한다.

또 MSG에 대한 오래된 오해도 짚는다. 책은 MSG가 단순히 몸에 해로운 첨가물이 아니라 나트륨 사용을 줄이면서도 감칠맛을 높일 수 있는 조미료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MSG와 소금을 함께 사용할 경우 나트륨 섭취를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소개하며, 식문화와 외식 산업 발전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분석한다.

라면 제조 공정을 다룬 부분도 흥미롭다. 배합부터 제면, 증숙, 절단과 성형, 유탕, 냉각과 포장까지 이어지는 과정은 단순한 공장 시스템이 아니라 정교한 식품 과학의 집약체처럼 읽힌다. 특히 한국 라면 산업이 대규모 설비 투자와 자동화 공정을 통해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 과정도 함께 다룬다.

책 후반부에는 다양한 전문가 인터뷰도 수록됐다. 식품 안전 전문가와 축산 식품 연구자, 라면 수집가, 라면 관련 콘텐츠 제작자 등 여러 분야 인물들이 등장해 라면의 문화적 가치와 산업적 의미를 입체적으로 들려준다. 단순한 음식 교양서를 넘어, 하나의 산업과 대중문화를 읽는 기록처럼 구성한 셈이다.

저자 지영준은 2013년부터 ‘라면 정복자 피키’라는 이름으로 블로그를 운영하며 약 2,300종의 라면을 직접 시식하고 기록해 온 인물이다. 교직 생활을 마친 뒤 현재는 라면 평론가로 활동하며 강연과 방송, 집필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라면은 인류가 만든 가장 위대한 식문화 중 하나인데도 지나치게 가볍게 소비되고 있다”고 말한다.

『라면의 과학』은 우리가 너무 익숙해 오히려 질문하지 않았던 음식 하나를 통해, 산업과 기술, 맛과 기억, 그리고 시대의 변화를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물을 붓고 끓이면 완성되는 한 끼 속에 얼마나 많은 선택과 설계가 숨어 있었는지를 새삼 깨닫게 하는 책이다.

관련 기사

글로벌 사우스의 중심, 『인도에서 기회를 만나다』 출간 (신시열, 이콘)

글로벌 사우스의 중심, 『인도에서 기회를 만나다』 출간 (신시열, 이콘)

6월 10일 오후 3:56
8
몸은 스스로 치유한다, 『자가 수리점』 출간 (헨리 비일러, 사이몬북스)

몸은 스스로 치유한다, 『자가 수리점』 출간 (헨리 비일러, 사이몬북스)

6월 10일 오후 3:52
11
사라지는 손목, 남는 체온 ― 『솜사탕 증후군』 (박윤일, 파란)

사라지는 손목, 남는 체온 ― 『솜사탕 증후군』 (박윤일, 파란)

6월 10일 오후 3:45
8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