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상세

newbooks

“강대국의 오만은 어떻게 전쟁의 늪이 되었나”, 『베트남전쟁』 출간(제프리 와우로·이재만, 책과함께)

미국은 왜 실패를 예감하면서도 베트남을 떠나지 못했는가

장세환2026년 5월 15일 오후 2:30
177

베트남 전쟁.jpg출판사 제공

헬기 굉음이 정글 위를 뒤덮고, 폭격기는 끝없이 폭탄을 쏟아낸다. 그러나 압도적인 화력은 승리를 가져오지 못했다. 오히려 전쟁은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었고, 세계 최강국 미국은 패배와 분열, 그리고 거대한 상처를 남긴 채 철수해야 했다. 『베트남전쟁』은 바로 그 실패의 구조를 정면으로 해부한 대작이다.

현대 군사사와 전략사 분야의 권위자인 제프리 와우로가 집필한 이 책은 미국이 왜 베트남전이라는 “실패할 수밖에 없는 전쟁”에 스스로 걸어 들어갔는지를 방대한 사료와 군사·외교 문서를 통해 추적한다. 864쪽 분량의 이 책은 단순한 전쟁사가 아니라, 권력과 공포, 정치적 계산이 어떻게 한 시대를 파괴했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에 가깝다.

저자는 베트남전쟁의 본질을 “선택의 전쟁”이라고 규정한다. 미국이 직접적인 침략을 당한 것도 아니고, 생존을 위한 방어전도 아니었다는 것이다. 참전의 핵심에는 공산주의 확산보다 “약해 보이고 싶지 않다”는 정치적 두려움이 있었다고 짚는다. 아이젠하워에서 닉슨까지 이어진 미국 지도부는 패배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개입을 멈추지 못했다.

책은 미국 군사 전략의 허점도 집요하게 파고든다. 막대한 화력과 첨단 무기로 대표되는 ‘수색과 섬멸’ 전략은 정글과 게릴라전에 적응하지 못했고, 남베트남 민간인 피해와 난민만 급증시켰다. 전장에서 승리를 입증하기 위해 미군 지휘부가 적 사살 숫자에 집착하며 허위 보고를 반복한 과정도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특히 저자는 전쟁이 단순히 전장에서만 벌어진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펜타곤과 백악관, 언론과 의회, 냉전 체제 속 여론이 서로 얽히며 전쟁을 확대했고, 결국 누구도 멈추지 못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 사회는 국가 권력의 오만과 자기기만을 드러냈고, 베트남은 물론 미국 내부 역시 깊은 균열을 겪게 된다.

책 곳곳에는 베트남전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현재진행형 질문이라는 문제의식이 담겨 있다. 저자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언급하며, 미국이 베트남의 교훈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막대한 군사력으로도 현지의 역사와 민심, 정치 구조를 바꾸지 못했던 실패가 반복됐다는 것이다.

『베트남전쟁』은 단순한 전쟁 연대기가 아니다. 전쟁이 어떻게 시작되고 확대되며, 왜 누구도 책임지지 못한 채 지속되는지를 보여주는 정치·사회·군사 분석서다. 동시에 강대국의 오만과 공포가 얼마나 거대한 비극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경고하는 역사적 기록이기도 하다.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다시 군사적 긴장과 패권 경쟁이 거세지는 시대, 이 책은 과거의 전쟁을 넘어 현재를 비추는 거울처럼 읽힌다. 전쟁은 언제나 ‘필연’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되지만, 그 이면에는 인간의 두려움과 권력의 계산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다시 묻게 만든다.

관련 기사

글로벌 사우스의 중심, 『인도에서 기회를 만나다』 출간 (신시열, 이콘)

글로벌 사우스의 중심, 『인도에서 기회를 만나다』 출간 (신시열, 이콘)

6월 10일 오후 3:56
8
몸은 스스로 치유한다, 『자가 수리점』 출간 (헨리 비일러, 사이몬북스)

몸은 스스로 치유한다, 『자가 수리점』 출간 (헨리 비일러, 사이몬북스)

6월 10일 오후 3:52
11
사라지는 손목, 남는 체온 ― 『솜사탕 증후군』 (박윤일, 파란)

사라지는 손목, 남는 체온 ― 『솜사탕 증후군』 (박윤일, 파란)

6월 10일 오후 3:45
8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