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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조차 내려놓는 자리, 『휴휴선』 출간(월암 스님, 담앤북스)

숨 가쁜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건네는 ‘쉼의 선명상’

최준혁2026년 5월 14일 오후 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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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휴선.jpg출판사 제공

끊임없이 경쟁하고 달려야만 살아남는 시대다. 쉼마저 생산성과 효율의 이름 아래 소비되는 오늘, 월암 스님이 『휴휴선(休休禪)』을 통해 ‘진짜 쉼’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담앤북스에서 출간된 이 책은 몽산 선사의 휴휴선 사상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선명상서로, 지친 현대인들에게 마음의 숨통을 틔워주는 수행의 길을 제시한다.

『휴휴선』은 단순한 명상 안내서가 아니다. 부처님과 역대 조사들의 가르침 속에 흐르는 ‘휴헐’, 즉 멈추고 쉬는 수행 정신을 탐구하며, 한국과 중국 선불교의 맥락 속에서 ‘쉼’의 의미를 깊이 있게 풀어낸다. 월암 스님은 쉼을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집착과 번뇌를 놓아버리는 수행의 상태로 바라본다.

책의 중심에는 몽산 선사의 휴휴선 사상이 자리한다. 저자는 몽산 선사의 『휴휴암좌선문』과 『몽산법어』 등을 바탕으로 “쉬고 또 쉬라”는 수행의 본질을 설명한다. 쉼은 현실 도피가 아니라 오히려 자기 안을 정면으로 들여다보는 일이며, 욕망과 불안의 소음을 잠시 내려놓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이 책이 선 수행을 현대인의 삶과 연결한다는 데 있다. 저자는 복잡한 세상 속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하려 애쓰는 현대인의 고통이 결국 ‘나’에 대한 집착에서 비롯된다고 짚는다. 그리고 억지로 마음을 비우려 하기보다, 집착 자체가 실체 없는 것임을 깨닫는 순간 비로소 자유가 찾아온다고 말한다.

책은 불교 철학과 선 수행의 흐름을 학문적으로도 정리한다. 초기 불교 경전부터 조사선과 묵조선, 간화선의 전통을 따라가며 ‘쉼’의 사상이 어떻게 이어져 왔는지 탐색한다. 보조지눌과 진각혜심, 감산덕청 선사 등 동아시아 선불교를 대표하는 수행자들의 사유도 함께 담겼다.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일상 속 쉼’에 대한 제안이다. 명나라 사대부 신시행의 ‘일상휴휴’ 정신을 통해 수행이 산속 선방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삶 속에서 구현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직장과 인간관계, 경쟁과 불안 속에서도 잠시 멈추고 자기 마음을 바라보는 일이 곧 수행이라는 메시지다.

월암 스님은 중국 유학 시절 북경대학교에서 선학을 연구했으며, 국내외 여러 선원에서 오랜 수행 정진을 이어왔다. 『돈오선』, 『친절한 간화선』 등 수행 관련 저작을 꾸준히 발표해온 그는 현재 문경 한산사 용성선원에서 수행공동체 불이선회를 이끌고 있다.

『휴휴선』은 ‘더 많이’가 삶의 기준이 되어버린 시대에 정반대의 질문을 건넨다. 더 채우기보다 덜어내기, 더 달리기보다 멈추기, 더 애쓰기보다 쉬기. 책장을 덮고 나면 독자는 비로소 자기 안의 소란을 잠시 내려놓고 싶어진다. 쉼이 부족한 시대일수록, 이 책이 말하는 ‘휴휴’의 의미는 더 깊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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