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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를 지켜낸 감옥 안의 기록, 『김대중 이희호 옥중기록』 출간(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 기획, 한길사)

독재의 시간 속에서도 꺾이지 않았던 두 사람의 연대와 기록

장세환2026년 5월 14일 오후 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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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이희호 옥중기록.jpg출판사 제공

5·18광주민주화운동 46주년을 앞두고 김대중과 이희호가 남긴 옥중 기록을 집대성한 『김대중 이희호 옥중기록』이 한길사에서 출간됐다. 이번 책은 1976년 ‘3·1민주구국선언’ 사건부터 1982년 ‘김대중 내란음모 조작사건’ 시기까지 이어진 수감 생활 속 기록과 편지, 재판 자료, 국제 구명운동 문서를 담아냈다.

책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감옥 안에서 남긴 옥중단상과 자작시, 못으로 눌러쓴 비밀 메모, 재판 최후진술 등이 수록됐다. 동시에 이희호 여사가 감옥 밖에서 기록한 면회 메모와 해외 인사들에게 보낸 편지, 국제 구명 활동 자료도 함께 담겼다. 특히 이희호 여사의 친필 면회 메모와 국제사회에 보낸 호소문 일부가 처음 공개되며 주목받고 있다.

책은 민주화운동 지도자라는 역사적 상징 뒤에 가려졌던 인간 김대중의 고통 또한 드러낸다. 그는 장기간 수감과 감시 속에서 심각한 고관절 통증과 정신적 압박을 견뎌야 했다. 병실조차 감옥처럼 운영되던 서울대병원 수감 생활 속에서 “제발 교도소로 보내달라”고 단식까지 했다는 기록은 당시 상황의 참혹함을 전한다.

옥중에서도 그는 가족을 먼저 걱정했다. 책에 실린 비밀 메모에는 “현재의 나를 도우는 최대의 길도 당신 건강”이라는 문장이 남아 있다. 펜과 종이가 허락되지 않던 시절, 못으로 눌러쓴 글씨를 몰래 전달해야 했던 시간은 독재정권 아래 민주주의의 현실을 생생히 증언한다.

이희호 여사의 활동 역시 이번 책의 중요한 축이다. 그는 단순한 정치인의 배우자가 아니라 국제사회를 움직인 민주화운동의 동반자였다. 미국과 독일, 일본 등 세계 각국 정치인과 인권단체에 김대중의 상황을 알리며 국제 구명운동을 이끌었고, 면회가 허락된 짧은 시간마다 정치·경제 상황을 압축한 메모를 전달하며 김대중이 현실 감각을 잃지 않도록 도왔다.

책에는 빌리 브란트 전 서독 총리가 전두환 당시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와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 관련 문건 등 국제사회 자료도 포함됐다. 사형 선고 이후 국제사회가 어떤 시선으로 한국 민주주의를 바라봤는지를 보여주는 기록들이다.

『김대중 이희호 옥중기록』은 단순한 회고록이 아니다. 감옥 안에서 미래를 준비했던 김대중과 감옥 밖에서 세계를 움직였던 이희호의 시간을 통해, 민주주의가 어떻게 지켜졌는지를 보여주는 역사 기록에 가깝다. 오늘의 민주주의가 결코 저절로 얻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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