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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다시 만난 한·일 미술의 80년 『로드 무비 : 1945년 이후 한·일 미술』 발간(국립현대미술관, MMCA)
재일조선인부터 백남준까지… 연결과 충돌이 교차한 한·일 현대미술의 기록
출판사 제공
국립현대미술관이 한·일 미술 교류 80년의 흐름을 조망한 도록 『로드 무비 : 1945년 이후 한·일 미술』을 펴냈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열리는 동명 전시의 내용을 담은 이번 도록은 해방 이후부터 현재까지 한국과 일본 사이를 오가며 형성된 예술적 만남과 긴장, 연대의 시간을 입체적으로 정리했다.
책 제목인 ‘로드 무비’는 길 위에서 변화와 만남을 반복하는 영화 장르에서 가져왔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이를 통해 한·일 미술 역시 단절과 충돌만이 아니라 이동과 교류, 우연한 접속 속에서 끊임없이 관계를 확장해 왔다는 점에 주목한다. 도록은 재일조선인의 시선, 백남준과 일본 예술가들, 국교정상화 이후 미술 교류, 새로운 세대의 실험과 연대 등 다섯 개 주제로 구성됐다.
전유신 학예연구사는 책에서 “한·일 예술가들 또한 서로 다른 역사적 상황 속에서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끊임없이 만남의 기회를 만들었고, 그 과정에서 서로를 향한 길을 확장해 왔다”고 설명한다. 전시는 한·일 미술사를 단순한 연대기 대신, 여러 갈래의 관계망이 교차하는 장면으로 바라본다.
특히 재일조선인 공동체와 조선학교, 식민지 경험 이후 이어진 예술가들의 교류와 저항의 흔적이 눈길을 끈다. 도미야마 다에코와 이응노를 다룬 글에서는 광주민주화운동을 계기로 형성된 한·일 예술가들의 연대를 조명한다. “광주가 두 사람을 이어준 것”이라는 문장은 예술이 국경 너머 기억과 저항을 공유하는 방식까지 드러낸다.
백남준과 이우환을 비롯한 주요 작가들의 인터뷰와 비평도 함께 실렸다. 이우환은 1968년 도쿄국립근대미술관에서 열린 《한국현대회화전》에 대해 “한국에도 현대 회화가 있고 어떤 특색이 있구나 하는 걸 알리는 계기가 됐다”고 회고한다. 이를 통해 책은 단순한 전시 기록을 넘어, 동시대 한·일 현대미술이 어떻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는지 보여준다.
도록에는 도판과 작품 해제, 연구자들의 평문, 인터뷰, 작품 목록 등이 폭넓게 수록됐다. 미술사 연구자뿐 아니라 한·일 문화 교류의 흐름을 관심 있게 지켜보는 일반 독자들도 읽을 수 있도록 구성한 점이 특징이다.
전후 80년의 시간을 따라가는 『로드 무비 : 1945년 이후 한·일 미술』은 예술이 국경을 넘는 과정에서 어떤 기억과 질문을 남겼는지 되짚는 기록이자, 오늘의 한·일 관계를 다시 바라보게 하는 미술사의 풍경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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