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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서 밀려난 섬의 교실, 다시 역사가 되다 『파랑새, 파란 말로 노래 부르네』 출간(김덕룡, 소명출판)

일본 외딴섬 조선학교 20년 기록… 재일조선인 공동체의 언어와 삶을 복원하다

한성욱2026년 5월 13일 오후 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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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 파란말로 노래 부르네.jpg출판사 제공

일본 효고현 히메지시의 작은 섬 니시지마. 채석업 노동을 위해 바다를 건너온 조선인들이 고된 삶을 이어가던 이곳에는 한때 ‘이에지마 조선학교’가 있었다. 아이들에게 우리말과 민족의 기억을 가르치던 그 교실의 시간을 복원한 『파랑새, 파란 말로 노래 부르네』가 출간됐다.

재일조선인 2세 연구자 김덕룡은 이번 책에서 일본 공교육 체계 밖에 놓였던 조선학교의 역사와 공동체의 기억을 집요하게 추적한다. 단순한 교육사가 아니라, 해방 이후 재일조선인 사회가 어떻게 언어와 정체성을 지켜냈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이다.

책의 무대가 되는 니시지마는 일본 효고현 하리마나다 해역의 작은 섬이다. 근대 이후 한반도에서 건너온 노동자들이 채석업에 종사하며 정착했고, 그 자녀들을 위한 조선학교가 약 20여 년 동안 운영됐다. 인구도 적고 산업도 단조로운 외딴 섬에서 조선학교가 유지됐다는 사실 자체가 드문 사례로 꼽힌다.

저자는 조련 시기부터 민전, 조선총련 시기에 이르는 민족교육의 흐름을 따라가며 학교의 변천 과정을 세밀하게 복원한다. 일본인 아이들까지 함께 다닌 조선학교 이야기, 주민들과의 갈등과 공존, 폐교 이후에도 이어진 언어의 흔적까지 담아내며 “학교”라는 공간이 단순한 교육기관이 아니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책은 국가 중심 역사 서술에서 밀려난 재일조선인 1세의 침묵에 주목한다. “말하지 못한 채 얼어붙은 침묵을 품에 안고서 넘어가는 목소리”라는 구절처럼, 기록되지 못한 삶을 다시 역사 속으로 불러내는 작업에 가까운 책이다. 조선학교를 경험한 2세들이야말로 그 기억을 공적인 언어로 번역할 수 있는 “특이한 화자”라고 저자는 말한다.

『파랑새, 파란 말로 노래 부르네』는 역사 자료와 증언, 언어 연구를 함께 엮어낸다. 학교 명칭 변화와 교원 구성, 일본인 재적 추이 같은 제도적 분석뿐 아니라, 교실 냄새와 목소리의 울림 같은 생활세계의 감각까지 함께 담아낸다. 그래서 이 책은 학술 연구이면서 동시에 한 공동체의 상실과 복원을 기록한 생활사에 가깝다.

1952년 일본 효고현 히메지시에서 태어난 김덕룡은 재일조선인 교육과 언어 문제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연구자다. 조선대학교 교원과 재일본조선인인권협회 사무국장 등을 지냈으며, 『바람의 추억』 등을 통해 재일조선인 민족교육의 역사를 꾸준히 기록해왔다.

사라진 섬의 학교를 다시 불러내는 이 기록은 결국 질문 하나로 이어진다. 언어를 빼앗긴 사람들은 어떻게 자신들의 기억을 다음 세대에 남겨왔는가. 『파랑새, 파란 말로 노래 부르네』는 그 오래된 물음 앞에서 조용하지만 단단한 목소리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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