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상세
약이 사람을 살릴 때와 죽일 때 『의약품 살인사건』 출간(백승만, 해나무)
프로포폴부터 비타민 과다복용까지, 실제 사건으로 풀어낸 의약품과 독의 경계
출판사 제공
“안약 많이 쓰면 죽을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책이 있다. 충혈을 가라앉히는 평범한 안약, 멀미 패치, 수면제와 마취제가 어느 순간 범죄 기사 속 이름으로 등장한다. 익숙한 의약품이 어떻게 사람을 살리는 약에서 치명적인 독으로 변하는지, 그 위험한 경계를 추적한 과학 교양서 『의약품 살인사건』이 출간됐다.
경상국립대학교 약학대학 학장이자 약화학자인 백승만 교수는 이번 책에서 실제 사건을 중심으로 약과 독의 경계를 파고든다. 일명 ‘우유주사’로 불린 프로포폴 사건부터 마취제 오남용, 감기약을 악용한 범죄, 비타민 과다복용 사례까지 현대 사회를 뒤흔든 사건들을 화학과 약학의 시선으로 재구성했다.
책은 단순히 충격적인 범죄를 나열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약물이 인체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왜 같은 성분이 치료제가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하는지 과학적 원리를 함께 설명한다. 실제로 책에는 프로포폴 사망 사건, 스코폴라민 패치 사례, 비타민A 과다복용으로 인한 간 손상 사례 등이 구체적으로 등장한다. “약은 사람을 살리는 도구지만, 동시에 죽음을 위장하는 가장 정교한 흉기도 될 수 있다”는 법의학자 유성호 교수의 추천사는 책 전체의 문제의식을 압축한다.
특히 저자는 약의 위험성이 물질 자체보다 ‘사용 방식’에 있다는 점을 반복해서 짚는다. 병원 시스템의 허점, 제약회사의 자본 논리, 오남용을 방치하는 사회 구조까지 함께 들여다보며 약물 사고가 개인의 실수만으로 벌어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간호사가 약 이름을 잘못 검색해 마비제를 투여한 실제 의료 사고 사례나, 대체 불가능한 의약품 가격이 하루아침에 수십 배 뛰어오른 사건 등은 의료와 자본의 민낯을 동시에 드러낸다.
백승만 교수는 서울대학교 제약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경상국립대학교 약학대학 교수이자 학장으로 재직 중이다. 『분자 조각가들』, 『대마약시대』, 『스테로이드 인류』 등 과학과 약학을 대중적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낸 저작 활동을 이어왔다.
『의약품 살인사건』은 범죄 실화와 과학 교양, 의약품의 역사와 사회 비판이 함께 얽혀 있는 책이다. 약을 둘러싼 공포를 부추기기보다, “아는 게 약”이라는 가장 오래된 말을 다시 현실로 끌어온다. 우리가 무심코 삼킨 알약 하나에도 화학과 욕망, 자본과 책임이 동시에 들어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은 차갑고도 흥미롭게 보여준다.
관련 기사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