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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재일조선인의 기억과 언어, 떠돌던 이름들의 시간을 따라가는 조해진의 신작 소설 『우리 세희』가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쉰여덟 번째 작품으로 출간됐다.
이번 작품은 런던 테이트 모던에서 활동하는 예술가 제이비 류를 취재하기 위해 영국으로 향한 화자가 3일 동안의 여정 속에서 자신의 가족사와 재일조선인의 삶을 되짚는 이야기다. 제주 출신 조부를 둔 예술가의 기억, 일본과 한국 사이를 떠돌아야 했던 이름들, 언어를 바꿔가며 살아야 했던 존재들의 감정이 조용하지만 깊은 밀도로 이어진다.
조해진은 오래전부터 경계 밖 사람들의 삶과 상실을 섬세하게 다뤄온 작가다. 이번 작품에서도 국적과 언어, 역사와 기억 사이에 남겨진 사람들의 흔적을 따라간다. 소설 속 화자는 “미안해요”라는 감정만큼은 한국어로 말한다고 고백하고, “자신의 삶은 대합실의 연장이었다”고 회상하는 인물을 통해 어디에도 완전히 닿지 못한 삶의 감각을 드러낸다.
특히 작품의 중심에는 ‘세희’라는 이름이 놓여 있다. “세희야, 라고 불리면 더 이상 무서울 게 없었다”는 문장은 이름 하나가 사람에게 얼마나 깊은 보호막이 되는지를 보여준다. 외할아버지가 지어준 이름 ‘세희’에는 “세상과 세상에 속한 스스로를 구원하면서 기뻐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뜻이 담긴다.
소설은 거대한 역사보다 작고 사적인 기억에 더 오래 머문다. 병실에서 자신의 시간을 들려주려는 엄마의 모습, 젖은 머리칼을 오래 빗으며 슬픔의 농도를 확인하려는 순간 같은 장면들이 반복되며 한 사람의 내면을 천천히 비춘다. 조해진 특유의 절제된 문장은 설명보다 여백으로 감정을 남긴다.
출판사는 이번 작품을 “폭풍 같았고 때로는 노래 같았던 삶을 살아낸 모든 자이니치에게 보내는 헌사”라고 소개했다. 작가 역시 “자이니치는 내게 알고 싶고 알아가야 하는 하나의 영토였다”고 밝히며, 실제 재일조선인들의 삶과 기록에서 작품의 출발점을 얻었다고 전했다.
『우리 세희』는 국경과 언어의 문제를 다루면서도 끝내 사람의 이름과 기억, 그리고 서로를 불러주는 일의 의미로 돌아오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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