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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의 시차를 건너 다시 만난 부녀의 기록, 『아빠와 나』 (김종만·김누리, 지노)

해직 교사 아버지의 일기와 딸의 육아 일상이 한 권에서 마주한 시간의 대화

장세환2026년 5월 12일 오후 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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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나.jpg출판사 제공

돌아가신 아버지의 30대 일기를 읽는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아빠와 나』는 1991년부터 1994년까지 아버지 김종만이 남긴 일기와, 2021년부터 2024년까지 딸 김누리가 써 내려간 일기를 교차로 엮은 에세이다. 같은 30대지만 전혀 다른 시대를 살아낸 두 사람의 기록이 30년의 시간을 건너 한 권 안에서 만난다.

책은 딸 김누리가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다 오래된 일기장을 발견하면서 시작됐다. 전교조 활동으로 해직된 뒤 복직을 기다리며 가족을 책임져야 했던 아버지의 시간과, 코로나19 시기를 지나 결혼과 출산, 육아를 겪는 딸의 시간이 나란히 이어진다.

아버지 김종만의 일기에는 생활인의 불안과 가장의 책임감이 짙게 배어 있다. 빚과 생계의 무게 속에서도 딸 누리를 바라보며 버텨낸 시간, 교육 현장으로 돌아가기 위해 견뎌야 했던 해직의 세월, 가족을 향한 미안함과 애틋함이 담담하게 적혀 있다. “누리가 벌써 아홉 살이나 됐으니 대견하고 탈 없이 자라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는 문장에서는 딸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다정한 시선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딸의 기록은 또 다른 시대의 현실을 지나간다. 코로나19 한가운데에서 치른 결혼식, 아이를 낳고 가족을 꾸려가는 과정, 부모가 된 뒤에야 새롭게 읽히는 아버지의 마음이 일기 곳곳에 스며 있다. 한때는 가족이 서로를 괴롭게 하는 존재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삶을 버티게 하는 힘 역시 가족 안에 있었다는 깨달음도 이어진다.

김종만은 초등학교 교사이자 어린이 놀이와 글쓰기 교육 연구자로 활동했던 인물이다. 1989년 전교조 경기지부 의정부지회장을 맡으며 해직됐고, 이후 복직과 퇴직을 거쳐 2013년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김누리는 출판사 편집자로 일하며 기록과 책을 가까이해 왔다.

『아빠와 나』는 특별한 사건보다 평범한 하루의 기록으로 마음을 움직인다. 생활비를 걱정하고, 아이를 키우고, 서로에게 미안해하고, 하루를 버텨내는 이야기들이 쌓이며 한 가족의 시간이 된다. 오래된 일기장은 결국 지나간 삶의 증거가 아니라, 남겨진 사람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문장이 된다.

“아빠와 나”라는 제목은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서로 다른 시간 속에서 뒤늦게 이어진 대화처럼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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