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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속에 남겨진 문학의 이름, 『송욱 평전』 (박종석, 다산서림)

시인·평론가·서울대 교수 송욱의 삶과 문학을 다시 읽다

장세환2026년 5월 8일 오후 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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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욱 평전.jpg출판사 제공

함께 술을 마시다 홀연히 사라지고, 영문학 강의 시간에 한시를 이야기하던 사람. 독설과 고독, 엘리트 의식과 치열한 문학 정신이 함께 남아 있는 이름이 있다. 『송욱 평전』은 한국 문학사 안에서 오래 비껴 서 있던 문인 송욱의 삶과 사유를 다시 끌어올리는 평전이다.

다산서림에서 출간된 『송욱 평전』은 문학이론가 박종석이 집필한 개정판으로, ‘박종석 문학 전집’ 세 번째 권이다. 송욱 작고 20주기에 맞춰 처음 출간됐던 책을 보완해 다시 펴냈다.

송욱은 시인이자 문학평론가, 서울대 영문학과 교수로 활동하며 독자적인 문학 세계를 구축한 인물이다. 하지만 한국 현대문학사에서 그의 이름은 상대적으로 널리 조명받지 못했다. 저자는 이번 책에서 “만해의 『님의 침묵』은 널리 읽히지만 송욱의 침묵은 여전히 문학사 속 침묵으로 남아 있다”고 말하며, 송욱 문학의 가치를 다시 복원하려는 작업을 이어간다.

책은 출생과 성장, 일본 유학 시절의 민족의식, 등단과 비평 활동, 서울대 교수 시절, 문화 비판과 시대정신까지 송욱의 생애 전반을 따라간다. 특히 『시학평전』, 『문학평전』, 『님의 침묵 전편해설』 같은 대표 작업을 중심으로 그의 문학관과 비평 세계를 분석한다.

저자는 송욱을 단순한 문인이 아니라 시대와 맞서며 한국어의 가능성을 탐구한 존재로 바라본다. 만해 한용운의 정신을 계승하려 했던 점, 한국 문학의 주체성을 고민했던 비평 작업, 문학을 삶과 연결하려 했던 태도 등을 책 전반에서 반복해서 짚는다.

동시에 인간 송욱의 기행과 성격도 생생하게 담긴다. 의사를 친구로 두면서도 병원 진료를 거부했던 일, 월급봉투를 신문에 공개했던 행동, 독설과 자존심 뒤에 숨겨진 학문적 고독 같은 장면들이 이어진다. 그래서 이 평전은 단순한 연대기보다 한 시대 지식인의 내면 기록에 가깝다.

저자 박종석은 『작가 연구 방법론』, 『현대시 분석 방법론』 등을 쓴 문학연구자다. 30년 가까이 송욱 문학을 연구해 왔으며, 이번 개정판 역시 그 오랜 탐구의 연장선 위에 놓여 있다.

한국 문학사는 늘 많은 이름을 기억하지만, 동시에 많은 이름을 놓친다. 『송욱 평전』은 그 침묵 속에 남아 있던 한 문인을 다시 불러내는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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