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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목소리가 현재를 흔든다, 『우양선화의 모험』 (듀나, 단비)
초자연이 일상이 된 세계에서 권력과 인간의 경계를 묻는 연작소설
출판사 제공
죽은 사람은 정말 사라지는가. 살아 있는 사람만이 세상의 주인이라고 믿는 순간, 보이지 않는 존재들의 말은 쉽게 지워진다. 듀나의 새 연작소설 『우양선화의 모험』은 그 지워진 목소리들을 현재의 사건 속으로 불러낸다.
『우양선화의 모험』은 한국 과학소설을 대표하는 작가 듀나가 선보이는 연작소설이다. 작품은 고전 추리소설의 틀을 빌리지만, 초자연현상을 감추거나 반전 장치로 남겨두지 않는다. 유령과 빙의, 지박령, 창귀가 실제로 존재하고 사회 제도 안에서 관리되는 세계가 이야기의 기본 배경이다.
주인공 우양선화는 인천 시청 유해령 관리과에서 일하다 초과학국 사후과로 발령받는다. 사후과는 죽은 자와 산 자의 경계에서 발생하는 사건을 행정적으로 처리하는 부서다. 원래라면 서류를 검토하고 국가 인증 도장을 찍는 일이 대부분이지만, 우양선화가 들어온 뒤 사후과는 예상보다 복잡한 사건들과 마주한다.
작품에 등장하는 사건들은 기묘하지만, 그 안에서 다뤄지는 질문은 현실적이다. 죽은 자의 증언은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가. 빙의된 존재의 권리는 누구에게 있는가. 인간이 아닌 존재에게 깃든 원념은 단순한 괴담인가, 아니면 사회가 처리해야 할 문제인가. 듀나는 장르적 상상력을 통해 권력, 책임, 젠더, 역사,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차례로 건드린다.
연작을 관통하는 힘은 ‘사후 세계’ 자체보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회의 구조에 있다. 초자연현상이 일상화된 세계라면 행정과 법, 윤리와 권력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듀나는 이 낯선 설정을 통해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겨온 현재의 질서를 비틀어 본다. 중심에 있던 사람과 밀려난 존재, 기록된 역사와 묻힌 증언이 같은 사건 안에서 충돌한다.
책에는 ‘화령예술대학 지박령 사건’, ‘빙의된 화가 사건’, ‘지리산 창귀 사건’, ‘부천 여고괴담 사건’ 등이 이어진다. 각각의 이야기는 독립된 사건처럼 보이지만, 우양선화라는 알 수 없는 존재를 중심으로 조금씩 연결된다. 독자는 사건을 따라가며 그가 누구인지, 그가 듣고 있는 목소리들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함께 추적하게 된다.
듀나는 1990년대부터 과학소설과 영화 글쓰기를 이어 온 작가다. 『태평양 횡단 특급』,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 『민트의 세계』, 『대리전』, 『몰록』 등을 발표했으며, 『평형추』로 2021년 에스에프어워드 장편 부문 우수상을 받았다. 『우양선화의 모험』은 작가 특유의 냉정한 시선과 장르적 상상력이 만난 작품이다.
살아 있는 사람들의 세계라고 믿었던 자리에, 오래전 사라졌다고 여긴 목소리들이 다시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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