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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놀이의 시작, 『조각들』 출간 (조미자, 핑거)

종이를 자르고 접고 놓는 행위가 곧 존재를 발견하는 미술 시간 그림책

장세환2026년 5월 6일 오후 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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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들.jpg출판사 제공

가위가 종이를 가르는 소리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조각들』은 잘린 모양 그대로의 가치를 묻는 그림책이다. 사각형·삼각형·둥근 모양이 우연히 만들어내는 색과 형태를 따라가다 보면, 조각 하나하나가 고유한 표정을 지닌 존재로 다가온다. 책은 미술 수업의 장면을 빌려 어린이의 손과 눈이 어떻게 조형적 판단을 배우는지, 질문과 응답이 어떻게 상상력을 키우는지를 보여 준다.

작가는 종이를 자르는 행위, 접고 칠하는 행위를 차례로 제시하며 독자를 직접 참여하도록 이끈다. “그럼 뭐가 되나요?”라는 질문과 “잘린 그 모양 그대로가 되는 거지.”라는 답변이 반복되며, 정답을 강요하지 않는 미술의 태도를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한다. 조각들을 이리저리 놓아 보라는 제안은 배치와 관계를 통한 의미 생성의 초보적 경험을 제공한다. 첫 조각이 자리를 잡으면 두 번째가 생기고, 그렇게 모인 조각들이 화면을 채우듯 아이들은 작은 선택들이 모여 전체를 만든다는 사실을 몸으로 익힌다.

시각적 구성은 단순하지만 밀도가 높다. 색면과 형태의 대비, 여백의 리듬이 어린 눈에 조형적 쾌감을 준다. 중간중간 삽입된 아이들과의 대화는 수업 현장의 즉흥성과 발견의 기쁨을 전달한다. 작가는 결과물보다 과정에 무게를 둔다; 잘린 조각이 ‘무엇이 되는가’보다 ‘그 자체로 충분히 예쁘다’는 메시지를 반복해 전한다. 이 태도는 미술 교육에서 흔히 놓치는 ‘존재의 인정’을 자연스럽게 가르친다.

교실에서 바로 따라 해볼 수 있는 제안들이 풍부하다. 종이 자르기, 접기, 색칠하기, 조각 배치하기 같은 간단한 활동은 가정과 유치원에서 즉시 활용 가능하다. 부모와 교사가 아이의 질문을 받아주는 방식, 정해진 답을 요구하지 않는 관찰자의 태도, 작은 실패를 허용하는 환경 조성 등 실천적 팁이 그림책의 흐름 속에 녹아 있다. 한 문장은 이 책의 핵심을 압축한다: “조각 하나가 태어난 거야.”

대상 연령을 고려한 구성과 판형, 두툼한 종이 질감은 손으로 만지고 자르는 활동에 적합하다. 미술적 감수성을 키우고 싶은 가정, 유아 교육 현장, 창의적 놀이를 찾는 교사에게 권할 만한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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